정 경 일(변호사)

정 경 일(변호사)
정 경 일(변호사)
해남에 내려와 변호사를 개업한지도 올해로 13년째다. 원래 해남이 고향이어서 중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니다 고등학교시절부터는 줄곧 객지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삼십대 중반에 다시 해남에 내려와 변호사개업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마치고 객지로 떠날 무렵에는 나이도 어리고 세상경험도 없어 해남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어떤 문화가 있는지에 대해서 사실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중년 이후 이곳에 직장을 갖고 살아오게 되면서 나름대로 해남문화의 특징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문화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적인 현상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행동과 습관이다.

우선, 해남사람들은 음주를 즐겨한다. 사업이나 친교, 기타 모든 사회적 만남에는 대부분 음주가 동반된다. 읍내 또는 면단위 곳곳에 있는 식당, 고깃집, 횟집, 호프집 등은 명칭만 서로 다를 뿐 술꾼들에겐 모두 술집이나 다름없다.

낮술도 언제든지 가능하며 새벽까지도 가능하다. 좌우지간 만났다하면 술이다. 필자도 술을 즐기는 편이지만 그래도 술을 좀 줄였으면 하는 것이 항상 바람이다.

주지하다시피 술에는 장단점이 있다.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데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조절이 힘든 것이 술이다. 그러니 아예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 최상책인 것 같다.

술로 인한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음주운전과 주취폭력 등은 누구나 쉽게 경험한다. 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

두 번째로, 해남지역의 경제는 보조금에 광범위하게 의존하는 경제라고 보여진다. 복지, 건설, 체육, 농어업, 보건, 산업, 고용 등 대부분의 해남경제는 해남군청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보조금을 집행하는 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큰 것 같다. 해남군의 1년 예산이 약 4000억 정도인데 이 예산으로 해남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재정자립도는 전국 어느 군이나 취약한데, 해남군 또한 중앙정부로부터의 보조금과 지방교부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보조금에 대해서는 '먼저 본 놈이 임자'라거나 '주인 없는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보조금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된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보조금 집행과 관련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형사처벌을 받은 해남군민들이 많다. 필자가 알기로 음주, 폭력 다음으로 많이 처벌되는 것이 보조금 관련 범죄인 것 같다.

세 번째 특징으로서는 지나치게 많은 사회단체나 조직이라고 생각된다. 웬만한 해남군민이면 어느 단체나 모임의 단체장이나 조직의 중요한 간부직책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마을단위에서도 보면 개발위원장, 이장, 어촌계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의 직책이 있어 마을구성원 전원이 간부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면단위나 읍단위의 여러 모임들도 마찬가지다.

해남군민들은 모두 간부급들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사회가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농촌경제의 파탄 등이 이러한 현상의 배경일까도 생각해본다.

공장이나 축사 등을 새롭게 신축하는 데에 가장 어려운 난관은 지역주민들의 반대다. 이러한 반대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만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고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해남문화의 특징은 다분히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해남지역의 문화가 더 좋은 방향으로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