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웅 스님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지웅 스님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지웅 스님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한 사나이가 넓은 벌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방에서 사나운 불길이 일어났고, 그 사나이는 한 순간에 불 속에 포위되게  되었다. 때 마침 어디선가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었다. 사나이는 급히 도망치다가 눈앞에 보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코끼리는 나무 위를 쳐다보면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나이는 나무 가지에 얽혀있는 등나무 넝쿨이 크고 깊은 우물이 있는 아래쪽을 향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탈출하기 위해 힘을 다해 등나무 넝쿨을 잡고 조금씩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우물에는 용이 되려다 만 이무기 세 마리가 금방이라도 삼킬 듯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고 우물가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혀를 나름 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급한 사나이는 넝쿨에 매달려 채 위를 보니 위에는 흰쥐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등나무 넝쿨을  갉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후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절망하여  있는 사나이의 입 속으로 무엇인가 달콤한 것이 들어 왔다.

눈을 뜨고 보니 나무 구멍에 지어놓은 벌집에서 떨어지는 꿀이었다.

순간 사나이는 죽음에 처한 현재 상황을 모두 잊은 채 계속 해서 꿀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 이야기는 욕망에 빠져 인생을 바로 보지 못하는 중생의 삶을 비유한 <비유경>에 나오고 있는 안수정등( 岸樹井&#31824;)의 이야기다.

여기서 넓은 벌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이며, 사나이는 중생이고, 코끼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무상의 시간, 흰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달콤한 꿀은 색욕, 식욕, 재물욕, 명예욕, 수면욕 등의 다섯 가지 인간의 욕망을 비유한 것이다.

정결하고 신뢰롭고 경건하게 시작하기로 다짐했던 올 한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때만 되면 의례 하게 되는  각 나라의 행복지수가 발표 되었다.

UN에서 발표한 156개국의 행복지수 순위를 보면 1위 덴마크 2위 노르웨이 3위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순으로 대한민국은 41로 과거에  비해 상위권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행복지수는 회원국 34개국 중 1위 호주 2위 스웨덴 3위 캐나다 ,노르웨이…27위 대한민국 순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삶에 질을 판가름 하는 "행복"이라는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행복이란 "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주어지는 충만감 "이라는 기본적 관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외부의 환경에 쉽게 지배를 받게 되는 평범한 의식으로는 갖춰진 좋은 환경이야 말로 그 자체로만도 행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루하루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일들이 이뤄져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환경이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유한적인 세계라는 점이다.

앞에서 서술한 안수정등(岸樹井&#31824;)의 이야기에서도 보듯이 인간에게 주어진  삶 그 자체로는 행복도 불행도 아닌 무개념의 상태인 것이다.

죽음의 위험에 처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꿀 맛 같은 즐거움은 있지만 그가  꿀맛에 취해 빠져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적당히 공존하는 평범한 중생의 삶 속에서 행복이란 현재 자신이 마주한 환경을 받아 드리는 자세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행복한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주변에 감사한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봐야 겠다.

일찍이 인도의 성자 간디가 남긴 "감사하는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다."라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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