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웅스님(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시기가 시기인 만큼 주말마다 결혼식장 앞에는 인파가 가득하다.

방금 식을 마치고 여행길에 오르는 커플, 대기실에서 긴장 된 표정으로 기다리는 커플….

보기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끈끈한 부부의 인연을 맺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고 예쁘다.

8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부가 된다는데…. 1겁(천상의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커다란 바위에 옷자락을 스쳐서 그 바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 해도 인간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수라면 8천겁의 인연 이라면 오죽 하랴. 

그런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적어도 검은머리 파 뿌리 될 때 까지 서로 아끼며 사랑 하라고 예쁜 말만 해주어야 할 터인데, 이상하게도 나는 부부가 될 인연을 짓는 사람들이 덕담을 부탁해 올 때마다 엉뚱한 말을 늘어놓곤 했다.

"지금 혼자서의 어려움을 해결 하려는 마음으로  배우자를 만나지 마라" 혼자가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면 그 외로움은 더 깊은 무게로 올 것이다.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은 때로는 당당함으로 위로 받을 수라도 있지만 둘이 있음에도 오는 외로움은 어떻게 하겠는가….때문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결혼 하려 하지 말고, 맺어 놓은 소중한 인연이 내게 왔음에 감사함만을 가지고 결혼해라"  그래야 힘들 때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과거 어느 생인가 서로 지어 놓았던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야만 원하고 기대 했던 결혼 생활이 될 것이다.

피붙이도 아닌 사람에게 피붙이에게나 할 수 있는 뾰족한 이야기로 축하 아닌 축하를 해 주면서 덧붙여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 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 하고, 결혼식에 나갈 때는 세 번 기도 한다" 라는 유럽 속담 얘기도 해 준 기억이 난다.

서로 좋아하는 중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한 들 새겨들어지지 않겠지만, 왠지 많은 기대를 안고 결혼 했다가 실패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자주 접한 나의 지나친 염려 때문이었을거다.

내 책상 위에는 '사랑으로 만난 우리 두 사람 소중하게 여기고 잘 살 터이니, 오셔서 축복 해 주시고 지켜봐 달라'는 고운 엽서들이 몇 장 있다.

그 중에는 그 소중한 인연을 잘 키워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잊고 지내다가 가끔 전화로 잘 지낸다는 안부전화를 받기도 하고,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나간 모임에서 지인의 남동생이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 지인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며 동생과 이혼한 올케와 여전히 자주 만나고 사이 좋게 지낸다고 했다.

'참, 쿨 하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부부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기왕에 귀한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그 소중한 인연을 잘 보듬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가치관 속에서 폐쇄적인 가족의 개념으로만 보지 말고, 조금 더 확장되 가족의 개념을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가족이란 개념을 다시 정의 내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피를 나누고 성을 따라야만 가족 이냐는 것이다.

어디에 사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체 관심없이 사는 관계 보다는 비록 피는 나누지 않았으나 서로 위로 하고 협력하면서 사는 이웃이 더 살갑게 느껴지니 지금 그것이 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글쎄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어 씁쓸 한 웃음 만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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