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관민(軍官民)이란 말 기억하는 이는 필시 '어른'이다. '군인 먼저'라는 박정희 시절 자연스럽던 독재용어, 그가 가고 난 '신천지'에서 어느 순간 그 말은 민관군(民官軍)이 됐다.

가장 중요한 조직은 뭔가? 그 순서는 중요도나 권력의 크기를 반영한다. '민관군'으로 국민이 관청과 군대를 앞섰다고 민초들의 존엄이 더 인정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세상은 변하는데 민관군보다 더 심각한 이 말의 순서는 아직 그대로다. 지덕체를 말함이다. 먼저 공부를 잘 해야 하고, 다음 어질어야(착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쁘면, 또 바쁘니까 우선순위 1위인 공부가 먼저다.

어질고 건강하더라도 공부 잘 하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 '1등만 대접 받는 세상'이다. 그 결과는 어떤 모습인가? 도시 학교의 참혹한 풍경, 그 안에서 사는 이 사람은 학교를, 선생님을, 아이들은 생각하면 너무 자주 슬프다. 2등, 3등도 멋질 수 있는 세상 그린다.

SKY(스카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이 가족 인생들의 최종 목적인, 그런 사람들의 인성에 관해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의 틀이 지덕체일 것이다. 덕성은 경쟁사회에서 거추장스럽다.

건강은 보약으로(돈으로) 해결된다. 남을 이기고자 운동도 안 하고 눈에 불을 켠 사람들이 법관도 되고 고위공무원도 되고 언론인도 된다.

그 말은 영국 사상가 존 로크(1632∼1704)의 '교육론'에서 왔다. '건강한 신체에 깃드는 건강한 마음'(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란 명언을 빚은 이 사람은 그 글에 '암기식 주입주의를 피하고, 체육?덕육?지육과 수학적 추리를 강조하며, 그 사람의 소질을 본성에 따라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체덕지가 원래 순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서양 문명을 들여오며 이 말을 너무 비틀어 써먹기 시작했다. 지덕체로 순서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그 사람들 잘 하는 재주인가? 일제강점기에 심어진 그 말이 우리 사회 교육사상과 현장의 '등뼈'가 된 것이다. 심한 척추측만증이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이 휘었다. 이런 정황 모르고, 당연한 말이라고들 생각하고 계셨으리라.

건강한 몸, 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부 잘 하는 것, 체덕지가 자연스럽기도 하거니와 이상적인 순서이기도 할 것이다. '내 새끼 먼저'의 지덕체 이기심을 조절하는 일이 나라 교육 행정의 철학이어야 하는 것이다. 가정의 역할도 '체덕지'를 세울 때 더 중요해진다.

자녀, 이웃과 함께 몸소 체덕지의 효과를 경험하시라. 곧 우수영 비단결 바다 곁에서 땅끝 마라톤이 열린다. 호연지기, 자연의 큰마음을 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달리기다.

(천천히) 오래 달리기는 마치 요가처럼 '새로운 나'를 보게 해 주는 명상이다. 어렵지도 않다. 세상과, 인생과 싸우고 싶은 헝클어진 마음 다 사라지고 용서의 여유를 얻게 된다.

운동의 효과다. 건강한 몸[體] 얻으면 마음의 너그러움[德]을 만난다.

건강하고 생각이 바르면 공부[智]를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연구 결과들로도 입증된다. 체덕지 순서의 이 원리 이해 못하는 이는 운동 안 하는 분들이다. 서운하지만, 공감하시리라.

필자는 주위 친구들에게 늘 마라톤을 늘 권한다. 그 거리 단위 km 앞의 숫자 '42.195'는 항시 황홀하다. 자주 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지만, 최소한 이런 권유를 할 '자격' 있다고 자부한다. 제11회 때는 꼭 출전하리라. 특산인 황토고구마도 챙겨 준다니 얼마나 좋은가.

황토 언덕 내 고향 땅 밟고 뛰는 질주의 꿈결. 질투마저 느끼며, 제10회 해남 땅끝마라톤 참가자 여러분들에게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

다만 어진 마음으로 욕심 덜 부려 몸 조금이나마 다치는 일 없으시기를 당부한다. "체덕지 마라톤, 힘!"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