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환 맨체스터학원 원장

영어공부를 ‘잘’ 하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영어가 어떤 학문인지 부터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영어는 ‘언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 일방적인 것을 본적이 있는가? 언어는 항상 쌍방향으로 정보와 의미가 전달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은 현재까지 언제나 정보를 받아들이는 ‘Input’(주입식 교육) 위주의 학습밖에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자신의 뜻을 영어로 표현할 기회는 없었고 오히려 남의 말을 알아듣는 ‘듣기 평가’와 남의 글을 이해하는 ‘독해 평가’ 뿐이었다. 이 때문에 필자는 대한민국이 정의한 영어공부인 수능 모의고사 외국어 영역에서 여러 번 100점을 맞고도 해외에 나가서는 영어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교육부도 인지했는지 현재 지필고사 비중보다 수행평가의 비중을 많이 늘리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최근에 교육부에서는 다시 수능에 논술형 평가를 추가하는 정책을 뺀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현재의 교육 환경을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학생들의 언어적 표현(Output)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해외 대학에서의 시험 방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시험은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성격이다. 이에 반해 영국에서의 시험은 3~4시간의 충분한 시간 동안 여러 문제 중 자기가 답하고 싶은 문제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성격이었다. 시험 결과에 대한 반응도 양국 학생들 간 심하게 엇갈린다. 한국 학교에서는 시험 직후 누가 1등이고 평균이 누가 높은지 생각하기 바쁘다. 필자가 다녔던 영국 학교는 어땠을까? 

“너는 통과했어?”, “응, 나는 이번에 A Star로 통과했어!” 대한민국 학생들이 경쟁과 등수에 연연하는 동안 외국 대학교의 학생들은 졸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도우며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시험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분명 국가가 갖는 교육에 대한 분위기를 지적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필자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필자도 우리나라가 제한된 자원과 영토 속에서 이렇게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인적 자원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다른 시기를 맞이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효율성 추구와 변별력이 과거 교육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엄청난 경쟁 속에서 원어민들도 읽고 헷갈려하는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요하는 문제들을 통해 변별력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영어를 정말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 분들의 피와 땀을 통해 엄청난 팽창과 성장의 시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당장 출산율을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없다면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일 수도 있는 인구 감소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적어도 ‘전쟁이 나도 학생들에게 꼭 시켜야 하는’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잘’ 대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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