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센터·행복식당 마을 상징
마을 길목 보호수·협동조합도 눈길

▲지난 11일 주민들이 회관 청소의 날 이후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주민들이 회관 청소의 날 이후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달마산 등이 마을을 넓게 감싸고 마을 앞으로는 구산천 지류가 흐르며 그 주변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진 현산면 분토마을. 30여 가구 45명이 오순도순 정을 나누고 주민 80%가 나홀로 생활하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지만 언제나 마을회관은 왁자지껄 활기가 넘친다. 

지난 11일 마을회관에서는 주민 20여 명이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분토마을은 매주 월, 수, 금 3일에 걸쳐 주민 세 명씩을 당번으로 정해 마을회관 화장실을 청소하고 회관에 자주 나오는 주민들을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해 함께 나누고 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많은 마을 특성상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종의 돌봄봉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 22명이 차를 나눠 타고 해남읍으로 나와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 올해 들어 첫 번째 시도인데 반응이 좋아 조만간 완도로 외식을 갈 예정에 있는 등 정례화가 될 전망이다. 

문금만(86) 할머니는 “여럿이 함께하니 식사가 즐겁고, 또 마을을 나갈 여유가 없는데 함께 밖으로 나가 구경도 하고 외식도 하니 주민 모두가 말 그대로 밥을 함께 먹는 식구이자 가족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마을회관에서 합동생신잔치가 열렸다. 
▲지난달 마을회관에서 합동생신잔치가 열렸다. 

분토마을의 마을돌봄은 지난해 3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시작한 ‘천원 행복식당’으로 올라간다. 똑같은 방식으로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당번을 정해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비로 1000원을 내는 방식인데, 1000원은 당번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이다. 천원 행복식당은 보조금을 받아 4월~11월까지 운영됐는데 반응이 좋고 주위에서 기부금이 모아져 비사업 기간인데도 주민들이 다시 나서서 이어가고 있다.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해 매달 날짜를 정해 마을회관에서 케이크와 생신상을 마련해 합동생신잔치도 연다.

부녀회장인 이숙경 씨는 “식사 준비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주민들이 우리가 직접 해보자라고 의견이 모아져 자발적인 봉사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며 주민들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안부를 직접 살피는 돌봄봉사인 셈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만간 세탁기와 건조기도 구입해 어르신들을 위해 세탁돌봄도 나설 계획이다.

▲이숙경 부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마을자연순환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숙경 부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마을자연순환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주민들이 바꿔나간 마을의 변화는 마을회관 옆에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자원순환센터에서도 확인된다. 주민들은 이곳에 종이박스부터 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아이스팩, 농자재 부산물 등을 분리해 배출하고,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다. 5년 전 귀촌한 류광민·이숙경 씨 부부가 마을 곳곳에서 버려지고 소각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제로 이 문제를 꺼내들었고, 주민들이 한번 해보자고 뜻을 모아 변화가 시작됐다. 

마을 정자 쪽에 있던 분리수거함을 마을회관 옆으로 옮기고 불법 소각 장소는 없앴으며 지속적인 환경교육과 서로에 대한 응원으로 지금은 해남에서 가장 깨끗한 마을이 됐다. 

분토마을행복협동조합도 눈길을 끈다. 마을에서 생산한 마늘이나 깻잎, 애호박 등을 로컬푸드에 내다팔고 로컬푸드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구입해 행복식당에서 활용하고 있다.          

분토마을은 흰가루 흙인 분토가 나온다 해 마을 이름이 유래됐지만 지금은 흙이 좋고 농토가  좋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 앞에 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엽나무는 마을의 상징이다. 바로 옆에 큰 소나무가 있을 때는 잘 크지 못했는데 소나무가 고사할 때 같이 죽지 않고 꿋꿋이 버텨 지금은 소나무 자리를 대신하며 마을의 보호수 역할을 하고 있다. 

▲신영주 이장이 마을 보호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영주 이장이 마을 보호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영주 이장은 “어렸을 적 이곳에서 나무 타고 놀고 냇가에서 미역감기 전에 옷을 갈아 입는 등 추억의 장소이다”며 “지금도 들판으로 일하러 가거나 마을 밖으로 나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해 만남의 장과 주민 쉼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토마을은 매년 정월 초사흗날 마을의 안녕을 위해 토지신이나 곡물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헌식제를 올렸다. 또 남쪽에 있는 증산마을에서 불이 나면 분토마을로 옮겨붙고, 반대로 분토에서 불이 나면 증산에서도 불이 나 상대 마을에서 불이 나면 주민들이 즉시 맞불을 놓았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옛 전통이 됐지만 분토마을은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분토마을은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마을공방 육성사업에 선정돼 1억8000만원을 투입해 옛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문화카페와 공유주방 등 마을공방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행복식당사업도 탁자와 의자를 갖춘 이곳에서 진행돼 어르신들이 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며 주민 쉼터와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신영주 이장은 “마을 진입로에 주민들과 함께 수국과 나무도 심었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한 이런 변화들이 우리 마을을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으뜸마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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