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명 스스로 삶 포기 
상당수 파산·이혼 등 시달려 
생존권 보장 협의는 제자리

▲A씨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있다.
▲A씨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있다.

만호해역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생존권 위협에 놓인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상생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송지면 어란에서 A(38) 씨가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서울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0여 년 전 해남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도와 만호해역에서 김 양식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이 진도와 해남 어민들의 어업권 분쟁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진도 측 손을 들어주고 생존권 보장을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지난해 김 양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이 제로가 된 상황에서 김 양식을 위해 대출을 받아 구입한 수억 원짜리 배는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고 김발 등 양식시설 비용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전복 양식도 전복 값이 최근 절반 이하로 폭락하면서 빚은 눈덩이가 됐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A 씨 아버지는 “아들이 돈이 없어 결혼도 못 할 처지고, 김 양식이라도 했으면 빚을 조금이라도 갚았을 텐데 하며 힘들어했다. 착하고 소중하기만 한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됐느냐”며 영정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A 씨에 앞서 지난해에도 만호해역 사태로 빚더미에 앉은 40대 B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만호해역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는 어민들은 170여 명으로 상당수가 이들 청년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이중 50대 이하가 60여 명으로 이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고향에서, 부모 곁에서 새 출발을 시도했지만 빚이라는 절망의 늪에 빠져버렸다.

40대 C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김 양식을 못해 수입이 한 푼도 없다 보니 생활비는 둘째 치고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배가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한 달에 20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간신히 배는 지켜냈지만 생활비에 그동안 투자한 양식시설과 자재대금 등도 갚아야해 빚이 눈덩이로 불어난 상황이다.

C 씨는 “생활고로 이혼까지 하게 됐고 한 달에 최소 500만원이 필요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공공근로로는 생활이 안돼 다시 빚을 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상당수는 돈을 벌기 위해 해남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만호해역 사태가 가정불화와 마을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법적 사항이 종결된 후 행정적인 조율로 문제를 풀기 위한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의 협의도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진도군은 해상 경계와 관련해 해남군이 권한쟁의 심판을 재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하고 있고, 해남군은 양 지역의 상생발전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말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해남 어민들에게 신규 면허지를 허가해 달라는 요구에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고 정치권은 선거판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어란 어민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며 어민들은 파산, 이혼, 생활고에 내몰리고 있다”며 “제3, 제4의 안타까운 청년들이 나오지 않도록 생존권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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