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여파로 인건비 15만원까지 ‘폭등’
결혼이민자 초청은 숙련자 못 구해 ‘기피’
농가 면적 줄이는 고육책에 포기도 ‘고심’

▲공하옥 씨가 계절근로자 없이 직접 작업한 초당옥수수 모종을 보여주고 있다. 
▲공하옥 씨가 계절근로자 없이 직접 작업한 초당옥수수 모종을 보여주고 있다. 

불법 브로커에 의한 임금착취와 인권침해 문제로 필리핀 정부가 지난 1월 계절근로자 파견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농번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인건비가 폭등하고 인력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농민들은 걱정만 쌓이고 있다.

산이면에서 초당옥수수와 고추, 절임배추 등 재배하고 있는 공하옥(67) 씨는 올해 재배면적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3만평에 달했던 초당옥수수 재배 면적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지난해 최장 8개월 동안 계절근로자 9명을 배정받아 인건비를 2000만원 정도 줄이고 일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하옥 씨는 “최근 밭에서 잡초를 뽑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통해 사람을 썼는데 1인당 12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본격적인 영농철에는 사람이 없어 인건비가 더 폭등할 것이고 제때 수확도 못하고 품질은 떨어져 농사를 지어봐야 손해만 보는 처지가 뻔해 미리 재배면적을 줄인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밭에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을 했던 또 다른 농부는 인력사무소에서 1인당 15만원을 주고 인부를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부족하다 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8만원에서 10만원 선이었던 인건비가 벌써 폭등한 것이다.

송지면에서 유리온실로 파프리카 농사를 하고 있는 박한영(70) 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파프리카 농사 특성상 숙련된 일꾼이 필요해 지난해 계절근로자 6명에게 농사하는 법을 가르쳤고  일을 곧잘 해서 올해도 부르기로 하고 간단한 짐만 챙겨 필리핀 본국으로 떠났지만 송출 중단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3월부터  계절근로자가 필요한데 현재 일꾼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박한영 씨는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하라고 하지만 그 많은 일꾼을 구할 수도 없고 절차도 복잡해 개별 농가들이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구한다고 해도 숙련된 일꾼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가르치고 계속 지켜봐야 해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로 소득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남에서는 필리핀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420여 명,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220여 명 등 모두 640여 명이 계절근로자로 일했지만 계절근로자 대다수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계절근로자는 업무협약을 맺은 타국의 지자체와만 가능하지만 해남군은 필리핀 외에는 업무협약을 맺은 곳이 없는 것이다.

농민들은 본격적인 영농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라며 일부 불법 브로커로 인한 문제 때문에 왜 전체 농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제가 터지자 해남군이 외국 지자체간 업무협약 체결을 통한 계절근로자 도입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해놓고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애먼 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농민들은 해남군이 필리핀만 바라보지 말고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계절근로자를 끌어오고, 인권침해가 전혀 없다고 밝힌 계절근로자 60여 명에 대해서는 인력 송출 중단과 별개로 해당 농가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업 분야는 물론이고 수산 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력수급도 문제이다. 

해남의 경우 수산 분야 계절근로자는 김 건조 가공공장이나 해조류 채취, 전복 양식 등에 투입되고 있는데 농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자치단체하고만 업무협약이 체결돼 있어 송출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어가에서도 피해가 우려된다. 올해 75명이 파견될 예정인데 2월부터 5월까지는 괜찮지만 당장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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