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치단체 중 해남만의 자원
군내 관광지 중 여전히 방문 1위

북위 34도 17분 21초에 위치한 국토의 가장 마지막 지점.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해 이름 붙여진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대한민국 국토의 끝이자 시작인 땅끝마을은 이러한 지리학적 특성 덕분에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해남군만이 가진 특별한 관광 자원이 되고 있다. 특히 해남군은 모르더라도 해남 땅끝마을은 전 국민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강하게 인식돼 있다.

이 같은 ‘땅끝’은 반대로 ‘시작’이라는 의미도 담겨 출발과 재출발, 휴식과 쉼, 희망 등의 무형적 가치를 지닌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자신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찾기 위해 땅끝을 방문한다. 끝에서 다시 시작코자 하는 희망을 이끌어주는 공간임과 동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국토순례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땅끝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서울·경기 등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 국민여행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숙박여행(41.6%) 보다 당일여행(58.3%)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숙박시설로는 펜션이 32.6%, 가족·친지집 20.6%, 호텔 17.1% 순으로 나타나 거리적으로 멀고 숙박형태가 다양하지 못한 땅끝은 현재의 여행 트렌드에서도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단 여행지에서의 활동(중복응답)으로는 자연 및 풍경 감상이 86.1%로 1위를, 휴식·휴양이 70.6%로 2위, 음식관광이 64.5% 나타나는 등 청정 자연환경과 풍부한 먹거리를 지닌 해남의 가치를 높인다면 돌파구는 충분하다.

또한 땅끝의 특성을 살리지 못함에 따라 한번쯤 오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을 끌어당기지 못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머물고 있다. 해남땅끝호텔 등 땅끝권역에 대형 숙박시설이 투자되기도 했지만 적자누적으로 잇따라 매각이 추진됐다. 

여전히 땅끝은 해남군내 주요 관광지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해남군의 2023년도 관광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땅끝전망대에는 34만3608명이, 땅끝모노레일에는 16만3412명이 다녀갔다. 공룡박물관은 20만6238명, 대흥사는 19만7442명, 우수영관광지는 24만9588명, 고산유적지는 6만6514명이 다녀갔다.

땅끝은 코로나19를 맞으며 한 때 관광객 수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여전히 가보고 싶은 관광지임에는 분명하다.

때문에 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문을 닫는 식당 등이 늘어나는 등 주민들의 체감은 낮은 실정이다.    

지난 1986년 관광지로 지정된 땅끝마을은 지난 1990년 높이 10m, 바닥면적 3.6㎡의 땅끝탑을 설치했으며, 2002년 지하1층, 지상 9층의 39.5m의 땅끝전망대도 건립했다. 또한 2005년에는 민간업체와 50대50으로 400m 거리를 주행하는 모노레일도 조성했다. 땅끝마을 내 유휴지를 정비해 희망을 주제로 한 땅끝 희망공원, 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6대륙 땅끝의 상징을 각각의 조형물로 표현하고 정원과 전망광장, 산책로 등을 갖춘 세계의 땅끝공원도 조성됐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관광 시설물을 조성했지만 여전히 땅끝만의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이름에만 땅끝이 붙을 뿐, 여타의 관광지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먼 거리’ 인식 깨고 차별성 갖춰야
추상적 ‘땅끝’ 구현해낼 전략 필요
 

때문에 ‘먼 거리’임에도 오도록 만드는 특별한 관광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땅끝마을에 추상적 개념의 ‘희망’이란 콘텐츠를 유·무형 자원으로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지, 관광 접근성을 개선하고 방문·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낼지 등 땅끝 해남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특화시키는 한편 휴식과 쉼, 힐링을 기반으로 한 땅끝만의 특색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객이 5·10분 앉아 있으면 충전 게이지가 50·100%로 올라가는 충전의자(가칭)를 땅끝마을 곳곳에 배치하거나 땅끝전망대까지의 가파른 언덕길을 자전거로 넘어지지 않고 오르는 챌린지를 열어 성공 시 메달이나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몇 시간을 운전해 해남에 도착했지만 다시 땅끝까지 40여분 더 들어가야 하는 관광객들을 응원하도록 땅끝마을까지 5·10·20㎞ 남은 곳에 ‘운전하느라 욕보요’, ‘와따 멀지라’, ‘10키로 남았소, 힘내시오’, ‘여까지 오느라 욕 봤소’ 등 정겨운 사투리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바다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지형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땅끝마을을 관광객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드론 영상 체험, 곳곳에 배치된 불멍·물멍 콘텐츠. 땅끝의 흙을 화분에 담아갈 수 있는 ‘희망아 솟아라 화분’ 등 대규모 투자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엉뚱할 수 있지만 힐링·재출발·도전 등의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산뜻한 아이디어를 모아볼 필요도 있다. 

또한 펜션과 마을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형태에 대한 다양화도 필요하다.     

해남군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땅끝 관광지 활성화에 나서고자 다양한 시설물을 조성 중이다. 

땅끝 노후관광지 재생사업으로 대한민국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땅끝탑에 스카이워크를, 땅끝 해안처음길 조성사업으로 땅끝탑에서 시작하는 해안처음길 중간 지점에 땅끝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했다.

군은 누구나 땅끝탑에 접근 가능하도록 무장애 테크로드 445m를 비롯해 기존 산책로 355m를 정비하는 땅끝 꿈길랜드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땅끝 해남을 리폼하다’ 조성사업을 통해 황토나라테마촌의 노후된 숙박시설을 개선하고 카라반 존과 물놀이 시설 조성, 산책로 정비 등도 추진 중이다.

땅끝에 희망과 힐링 가치를 더하고자 ‘땅끝 희망출발 스테이션’ 사업도 준비 중이지만 공모에 실패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은 플랫폼 조성과 교통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한편 콘텐츠 프로그램 개발·운영, 희망출발 관광브랜딩과 굿즈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땅끝의 브랜드 가치는 높지만 지금의 땅끝은 관광객을 머무르게 하지 못하고 재방문을 유도하지 못하는 스쳐가는 관광지로 전락된 지 오래다. 마땅한 체험거리가 없어 둘러보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땅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땅끝만의 이미지는 담지 못한 채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졌으며 또한 관리 및 마케팅계획 부족으로 타 관광지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낮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건물을 세우는 등의 개발보다는 관광객들이 땅끝만의 이미지를 느끼고 담아갈 수 있도록 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앞으로 해남군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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