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바위·보호수·우물 등 전설 공존
당산제로 마을화합·홍화씨로 유명세

▲박종남 씨가 솔개바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남 씨가 솔개바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희 이장이 보존되고 있는 마을 공동우물을 가리키고 있다.
▲김태희 이장이 보존되고 있는 마을 공동우물을 가리키고 있다.

마을 뒤에는 두륜산이 펼쳐져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천을 이뤄 마을 사이를 흐르고, 앞에는 넓은 들이 장관을 이루는 북일면 삼성마을. 산 아랫 마을로 산에서 내려온 돌들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돌담길이 자리해 정겨움을 준다. 마을 입구에 ‘늘푸른 삼성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삼성마을은 만흥마을과 어은동 2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돼 1954년 흥촌리에서 분리됐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아는 기업과는 상관없이 공자의 제자 중에 증자가 말한 ‘일일삼성(一日三省·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에서 따왔다.

여기에는 솔개바위의 설화가 내려온다. 마을 이름이 어은이었을 때 한 승려가 시주를 왔지만 공양하는 마을 주민이 없었다. 승려는 심술이 나 솔개바위가 있어 마을이 더 번창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가버렸다.  

박종남(76) 씨는 “솔개바위는 솔개가 알을 품고 있는 형태였는데 주민들이 승려 말에 따라 바위를 아래로 굴려 버렸고 이후 괴질이 돌고 안 좋은 일이 계속 발생했다”며 “1970년대에 복원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욕심을 버리고 앞으로 잘 살아보자는 마음을 담아 마을 이름을 삼성으로 바꾼 것이다. 

설화만큼 볼거리도 많다. 윗마을에는 솔개바위와 함께 200년이 넘는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아랫마을에는 수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장승이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에 보기 힘들어진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 등 두 장승과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1960년대 새마을사업을 하며 장승이 훼손되고 마을 앞산이 끊기며 마을 남자들이 장수하지 못하자 액운을 막고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주민들이 10년 전에 복원한 것이다. 마을 냇가에는 공동우물과 빨래터가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은 탐진댐 물이 수돗물로 공급되지만 수십 년 전에는 마을의 생명수 역할을 했다.

▲지난 2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린 당산제 모습.
▲지난 2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린 당산제 모습.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바라는 주민들의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에는 보호수가 있는 두 곳에서 당산제가 거행되고 있다. 김태희 이장은 “지난 24일에도 부녀회에서 준비한 돼지머리, 떡, 나물 등을 차려놓고 당산제를 지냈다”며 “한바탕 풍물이 펼쳐지고 당산제 이후에는 마을회관에서 잔치가 열렸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마을 축제인 셈이다”고 말했다.

80여 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삼성마을은 유수한 자연경관이 자랑이다. 

최이임(71) 씨는 “마을 외곽에 축사가 한 동 있을 뿐 축사도 없고 깨끗한데다 산 좋고 물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서 귀농, 귀촌한 농가만 30여 가구에 이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벼, 마늘, 감자, 절임배추, 양다래, 홍화씨 등을 재배하고 있다. 설아다원과 반야다원이 자리하고 있어 녹차 마을로도 유명하다. 부녀회가 중심이 돼 뜨개질 모임과 마을 앞 꽃가꾸기, 녹차 따기, 일손 돕기 등 마을공동체 사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마을 회의가 열렸다. 약수터에서 마을회관까지 200m 마을 길이 좁아 차 한 대 다니기도 힘들어 마을숙원사업으로 이를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로 격론이 벌어졌다. 폭 3m 도로를 양쪽으로 1m씩 늘려 5m로 확장하는 것인데 땅과 집이 맞물려 있다 보니 쉽지 않은 문제지만 주민들은 의견을 계속 모아가기로 했다. 

주민들은 마을 상징이었던 돌담길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오래돼 훼손 염려가 크고 여름에는 돌 사이로 풀이 무성해 돌담을 가려 의미가 없어지자 돌담을 허물고 마을 전체 담장을 정비할 계획이다.
 

▲최경주 씨가 홍화꽃을 따고 있다.  
▲최경주 씨가 홍화꽃을 따고 있다.  

홍화씨는 마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여 년 전에 서울에서 귀농한 최경주(56) 씨가 200평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10ha가 돼 전국 최대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최 씨는 디스크로 움직이는 게 힘들어 요양차 시댁으로 내려온 것인데 어느 날 20㎏ 비료 포대를 들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시어머니가 2년 동안 몰래 홍화씨 달인 물을 아침마다 준 것이었는데 효능을 본 것이다.

최경주 씨는 “밭 귀퉁이에서 조금씩 재배되던 것을 효능을 보고 나니 적극적으로 재배에 나서 지금은 홍화씨, 홍화가루는 물론 홍화차 등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전국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됐다”며 “앞으로 해남을 대표하는 고소득작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관이 장관인 삼성마을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꿈꾸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표지석에 새겨 넣은 단어처럼 그래서 ‘늘푸른 삼성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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