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전교조 해남지회장

2024학년도 해남군 초등학교 신입생이 사상 처음으로 300명 선이 무너졌다고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원아 모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은 조만간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서울 또한 학생 수 감소는 물론이고 폐교까지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대안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한 한국사회 전체의 인구 감소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또 안타까운 점은 300명이 채 안 되는 해남의 초등학교 신입생 중 73%가 읍 소재 초등학교에 집중적으로 진학한다는 점이다. 면지역 학교는 입학생 급감으로 학급 유지도 어려운 반면, 읍 소재 학교 1학년은 학급 수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남군 전체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이지만 면지역의 인구 유출은 읍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학생 수가 매우 줄어든 면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각기 다른 학년의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복식 학급으로 전환하게 된다. 2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복식 학급은 사실상 정상적인 수업진행이 어렵다. 대부분 면지역 중학교는 교과 수업은 있으나 여러 과목 교사가 없어서 다른 학교의 해당 과목 교사가 순회 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교사들이 담당해야할 부담이 크다. 

큰 학교는 다양한 친구들 속에서 자신과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다양한 방과후학교 과목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종 특별실과 교구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교사와 직원이 상주한다.

그러나 큰 학교의 어려움도 많다. 좁은 교실 안에 각기 다른 3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학생 10명에 비해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질이 높을 수 없다. 아무리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도하더라도 교사가 대하는 학생이 많을수록 실제 수업에서 양질의 교육을 구현하기 어렵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학생 간의 다툼과 갈등도 많으며 학생 생활교육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으려면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와 어른이 ‘지금’ 행복해야 한다. 

작년 8월 서울에서 해남으로 농촌 유학을 온 학부모 기고 글을 인상 깊게 봤다. 그 학부모는 대도시에서 전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해남의 아름다운 자연과 시공간의 여유를 느꼈고 자녀는 작은학교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사랑하면서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고 한다.

작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교실 안의 여유 공간이 충분하며 드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 

또한 전체 교직원이 학생 개개인별로 관심을 주고 개인별 지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작은학교에 추가 지원하는 예산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원거리 지역까지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의 자녀들도 이러한 장점 때문에 작은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미 작은학교 아이들은 ‘행복’하고 앞으로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 작은학교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와 어른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희망의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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