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력으로 서로 돕고 마을 화합은 기본
전통혼례 재현·여성 이장 10년째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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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비닐하우스에 함께 모여 고추 모종 이식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마산면 금자마을. 마을이장의 비닐하우스에서 마을 주민 20여 명이 모여 고추 모종을 이식하는 작업이 펼쳐졌다. 한겨울이어도 비닐하우스 안이라 금방 땀이 나고, 앉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지만 얼굴에는 힘든 내색 없이 웃음만 가득하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정순(96) 할머니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하는 일이제. 같이 얼굴 보고 시간 보내고 좋아.” 

방성순(70) 할머니가 옆에서 거든다. “우리 마을은 뭐든지 같이해. 고추 다듬고 마늘 까기도 같이 하고. 누가 무슨 일 있다고 하면 주민들이 오라고 안 해도 나서서 오고 오히려 안 부르면 나중에 서운해라 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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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심 이장이 어른신들에게 머리 염색을 해주고 있다.

지난 4일 마을회관에는 머리에 비닐을 쓴 할머니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마을이장이 어르신 9명을 초대해 머리염색을 해주고 있었다. “오메 10년은 젊어보이요”라며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김연심(69) 이장은 “어르신들 머리가 하얘서 딸이 부모에게 해주는 마음으로 염색을 해드린 것이다”고 말했다. 

48가구 9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금자마을은 남녀, 청년, 어르신 할 것 없이 마을 전체가 한 가족으로 시골 인심이 가득하다. 서로 힘을 모아 대가 없이 이웃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김옥희 부녀회장과 이장은 매일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점심 밥상을 준비한다. 해마다 경로잔치, 명절 나눔행사가 열리고 지난달에는 마을 주민들이 완도해양치유센터로 단체 나들이도 다녀왔다. 전체 주민 중 10%가 귀촌한 사람들로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위해 간척지 임대 논을 바로 경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모두가 존중받고 풍요롭다 보니 90대 어르신이 3명, 85세 이상이 20여 명으로 장수마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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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심 이장이 마을의 상징인 바우께 바위를 가리키고 있다.

금자마을은 상등리에서 산이면 방향으로 육일시마을 옆에 있다. 1600년대에 마을이 형성돼 처음에는 마을 마당 바위가 얼음빛을 띄어 빙암리로 불렸지만 산림이 울창해 바람이 불면 거문고 소리가 들렸다고 해 ‘거문고 금’(琴)자를 붙여 금자리로 불리었다. 해방 직후 산림이 많이 잘려 나가 거문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한자를 ‘이제 금’(今)자로 바꾸었다. 산수가 좋고 토지가 비옥해 예부터 살기 좋은 마을로 불린다. 

일제강점기, 새마을사업 등으로 만들어진 저수지가 마을 안에 5개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우께라고 불리는 마을 언덕에는 높이 3m, 길이 30m 이상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가 있는데 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석과 유래비는 지난해 마을 기금을 모아 새롭게 정비했다. 

▲지난해 3월 마을에서 50년 만에 전통혼례식이 재현됐다.  
▲지난해 3월 마을에서 50년 만에 전통혼례식이 재현됐다.  

지난해에는 마을 소공원에서 300여 명의 하객이 참여한 가운데 50년 만에 전통혼례식이 재현됐다. 청년회(회장 민경전)가 중심이 돼 혼례 준비를 하고 오랜만에 동네에서 돼지도 잡는 등 마을 축제로 펼쳐졌다. 금자마을은 전통혼례를 해마다 마을 축제로 이어가고 소공원을 전통혼례 체험장으로 활용해 전통과 현대가 함께 숨쉬는 마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마을이 하나 되고 함께 즐거운 공동체사업 일환으로 전통혼례 재현과 한지공예, 양말목공예 수업이 진행됐는데 다양한 마을공동체사업도 지속할 예정이다.
 

▲마을 유래비 양 옆으로 팔각형 정자 두 개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 유래비 양 옆으로 팔각형 정자 두 개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 유래비 양 옆에는 팔각형 모양의 정자 두 개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의미가 있다. 원래 남자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활용되던 쉼터였지만 여자 어르신들이 함께 사용하기가 불편해 새롭게 정자 하나를 더 마련했다.  

김연심 이장은 “지난 2015년에 군에서 여성 이장을 선출하면 20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마을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장이 돼 여자 어르신용 정자를 새롭게 짓게 된 것이다”며 “이렇게 시작했던 이장 일이 올해로 벌써 10년째가 됐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마을이 화합하며 모두가 즐겁고 오래오래 같이 잘 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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