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받고 보자에 제때 살포 안돼
뿌리지 않고 보조금만 편취 의혹
실경작자에 확인 관리 강화돼야

▲길가에 방치된 규산질 비료.
▲길가에 방치된 규산질 비료.
▲둠벙에 폐화석 비료가 버려져 물이 하얗게 변했다.  
▲둠벙에 폐화석 비료가 버려져 물이 하얗게 변했다.  

토양 비옥도를 높이고 토양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3년 단위로 무상 지원하는 토양개량제(규산질비료, 폐화석 비료 등)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곳곳에 방치되거나 보조금 편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화원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A 씨는 자신 소유의 논과 B 영농조합에서 임대한 농어촌공사 간척지에서 토양개량제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도 규산질 비료가 길가에 방치돼 있고 살포비용이 영농조합 대표에게 집행됐다며 최근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토지개량제 상당량을 둠벙에 버려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실제로 B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년 전 간척지 수십㏊에 걸쳐 2700여 포대의 규산질 비료를 살포했다며 사실확인서를 첨부해 살포 비용 218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화원면사무소 측이 이곳에서 실제 경작을 하고 있는 농민 7명에게 확인한 결과 4명은 규산질 비료를 뿌린 게 맞다고 말했지만 3명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와 임대 계약자가 법인 당사자여서 실경작자 대신 법인 대표의 사실확인서만 있으면 돼 빚어진 일이다.  

폐화석 비료 수십포대를 둠벙에 버린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현장확인을 통해 굴삭기로 버려진 폐화석 비료를 다시 걷어내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B 법인 대표는 “규산질 비료는 모두 해당 농지에 뿌린 게 맞고 사진도 첨부했었다”고 말했다. 또 “폐화석 비료는 간척지가 아닌 마을 주민들 논밭에 뿌리기 위한 용도였는데 당시 주민들이 배추 농사 때 자신들이 뿌리겠다고 해놓고 그대로 방치된 것들로 최근 미관에도 좋지 않고 비료들이 날린다는 민원이 제기돼 둠벙에 버리게 됐으며 다시 걷어내 해당 농지에 뿌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경작자 상당수가 모른다고 하는 데다 민원이 제기됐다고 해서 둠벙에 버렸다는 말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계곡면에서도 3년 전 마을에 배정된 규산질 비료와 관련해 지난해 주민 간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 C 씨가 마을 주민들을 대신해 비료를 뿌렸고 주민들 도장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첨부해 관계기관에서 수고비로 100여 만원을 받았는데 일부 주민들은 뿌린 것을 보지 못했는데 수고비가 지급됐다며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마을마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사업을 위탁받은 농협에서 공동살포단에 맡기고 있지만 사실확인이 서류에만 의존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주민들 도장이 보관돼 있었는데 C 씨가 임의로 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화원면 다른 마을 등 곳곳에서 규산질 비료가 길가나 농경지에 수십포대씩 쌓여 있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는 등 토양개량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논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토양개량제는 농지 소유자나 농업경영체의 신청을 받아 그 양이 배정되지만 고령화사회가 되다 보니 이장이 마을 전체 필지를 한꺼번에 신청하고 간척지 논의 경우 실경작자가 아닌 법인이 신청하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공짜라는 심리 때문에 우선 배정해놓고 보자는 심리로 가져갔다가 방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꼭 필요한 사람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또 보조금 편취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사실확인서 첨부에만 그치지 말고 읍면사무소에서 현장조사는 물론 해당 농가나 실경작자에게 전화로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해남에서는 토양개량제 지원사업과 관련해 해마다 5~6개 읍면을 대상으로 평균 10억~2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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