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미 작가, 부모 추천으로 도예고 입학
천직으로 삼고 송지에서 공방 운영중
온종일 흙이랑 씨름하며 많은 걸 배워
1일 물레·핸드빌딩 수업도 진행

송지면 월강마을을 지나다보면 빨간색 컨테이너하우스가 눈에 띤다. 안에선 물레를 돌리는 오슬미(32) 작가의 손이 분주하다. 오 작가의 손을 거쳐 그릇, 컵, 접시, 도자기 등이 탄생하는 ‘바리기 도예작업실’. 바로 옆에 위치한 ‘천강에 비춘 달(전시·판매장)’에서는 다양한 도예품을 감상하고 구입도 할 수 있다. 

해남신문 독자들과 인사 나누세요.

“안녕하세요. 송지면 월강마을에서 그릇 등을 빚고 있는 바리기 도예작업실 대표 오슬미입니다. 이곳은 누구나 쉽게 와 그릇을 만들어보거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에요.”

이름이 특이하네요. 뜻이 뭔가요.

“바리기는 순우리말로 음식을 담는 조그마한 사기그릇이에요. 제가 하는 도자기 작업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이고 또 제가 좋아하는 작업이기도 하구요. 이름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바리기 도예작업실이라고 지었어요.”

어떻게 도예를 하게 됐나요.

“하고 싶은 걸 굉장히 빨리 찾았어요. 근데 제가 도예를 하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 저희 부모께서 한국도예고등학교라는 학교의 팜플렛을 갖다 주셨어요. ‘너한테 여기가 맞는 것 같아’라며 던져주셨거든요. 그때는 잘 몰라 그냥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렇게 도예고에 들어가게 됐고 또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진로 결정에 대한 고민이나 방황은 없었나요.

“사실 진로에 대해서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남들은 방황할 때 이미 진로를 정했고 그래서 조금 쉽게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해요. 제 나이 또래에 이 정도 공방을 갖고 있는 분이 거의 없거든요. 이것 또한 운이 좋았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저를 항상 믿어주시고 의심하지 않으셨어요. 저도 제 스스로가 좋은 작가가 될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아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직업인데 수입은 어떠세요?

“선배 작가들이 항상 그랬어요. ‘도자기는 큰돈은 못 버는데 굶어죽진 않아. 그러니까 버티면 돼. 대신 50살이 넘어야 돼’라고. 그래서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근데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진행도 잘 되고 있는 편이고. 운이 좋죠.”

도예를 하면서 느끼는 장점이라면.

“순전히 제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그릇을 만드는 동안 중심을 잡아야 돼요. 흙을 만드는데 흙의 중심도 잡고 그릇의 중심도 잡아요. 그걸 하는 동안 호흡 정리도 좀 해야 되고요. 약간 수련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고민이 있거나 아니면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흙이랑 씨름을 하고 나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항상 수행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스트레스가 크지 않고 내가 큰돈을 벌지 못해도 이어갈 수 있는 요인,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작업 말고 다른 작업도 있나요.

“1일 물레수업과 핸드빌딩 수업을 해요. 저희 공방은 그릇이 좀 밝아요. 색을 밝고 알록달록하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물레가 4대 있어서 동시에 한 가정이 오시더라도 수업 진행이 원활히 잘되고요. 가끔 어떤 공방은 단체 손님이 아니면 어려워하시는 데 저는 1대1 수업을 환영해요. 수강생들께 집중할 수 있고 수강생들도 더 잘 만들 수 있죠.”

어떤 분들이 주로 오시나요.

“20~30대 성인이 가장 많이 와요. 80대 어르신들도 자주 오세요. 그리고 4~5세 어린 친구들도 와 연령층이 다양해요. 만드는 작품들은 조금 웃긴 말일 수도 있는데 남성은 주로 본인 밥공기, 술잔을 만들고, 여성이나 아이들은 부모나 지인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만들더라고요. 이게 좀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나이 보다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릇을 대하는 태도도 다른 것 같아요. 남성은 자신이 쓸 것을 우선하는 것 같고, 여성이나 아이들은 그릇을 만드는 시간을 공유하거나 그릇이 놓일 식탁 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을 많이 생각해 선물할 것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가장 아끼거나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나요.

“특별히 생각하는 작품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가끔 유독 팔고 싶지 않은 그릇들은 있어요. 그럼 그 아이들은 전시하지 않고 숨겨서 제가 만족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소장해요. 그러다 이제 보내줘도 되겠다 싶으면 다시 전시를 해요. 그러면 또 그 그릇에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실 분이 꼭 찾아 오더라구요. 그 때 기쁘게 보내는 그릇들이 가끔 있어요.”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나요.

“그럼요. 공방 바로 옆에 ‘천강에 비춘 달’이라는 판매점에 가시면 제가 만든 생활자기가 전시돼 있어요. 여기서 직접 구매할 수 있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팔십이 넘어서도 물레를 찰 수 있도록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도예하는 분들 중 흙 값이 없어 공방을 닫고 두세 달 막노동을 하다가 다시 몇 달 작업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저는 아직까지 어떻게든 진행이 됐는데, 앞으로도 흙 값 걱정 없이 원하는 작업을 하는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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