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임시거처서 생활  
로드킬 위험 높아져 불안 

▲이은주 씨가 유기견인 미리와 나리를 안고 있다.
▲이은주 씨가 유기견인 미리와 나리를 안고 있다.

함박눈이 내린 지난 23일 해남읍 고도리 농경지 일대. 눈을 맞으며 농로와 휴경지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눈에 띈다. 사람이 다가오자 버려진 비료 포대 옆 스티로폼과 나무, 비닐, 이불 등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집으로 잠시 숨어든다.

추위도 추위지만 주변이 농로라 농기계와 차들도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위험해 보이지만 갈 곳 없는 미리와 나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눈 오는 날이 마냥 좋기만 한 것 같다.

미리와 나리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연은 이렇다. 

50대 이은주 씨는 지난해 11월 추운 날씨에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다 강아지들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이었지만 버려진 채로 벌벌 떨고 있었다. 심지어 털도 나지 않고 피부병까지 생긴 상태였다.

이은주 씨는 “이 어린 것들도 살려고 태어났는데 누군가 추위에 버리고 간 것에 대해 화가 났다”며 “재작년에 유기견을 잠시 보호했던 임시거처가 생각나 이곳으로 강아지들을 옮겨 남편과 함께 새로 집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곳은 수년째 휴경지로 유지돼온 곳이어서 임시거처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축산사업소에 신고했지만, 피부병 이력도 있고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에 처할 가능성이 커 은주 씨는 이들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날마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인근 동물병원의 도움을 받아 항생제와 연고 등을 발라주며 치료에 나섰다. 두 달이 지난 지금에는 강아지들이 털도 나고 피부병도 사라져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렇지만 갈수록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강아지들을 데려다 키울 수 없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이곳에 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은주 씨는 “농사철이 되면 농기계와 차도 많이 다닐 텐데 위험하기도 하고 강아지들이 있는 휴경지도 다시 농사를 한다는 말이 있어 임시거처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하루빨리 입양자가 나타나 소중한 삶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기견들의 이름은 미리와 나리, 암수 남매로 두 마리를 함께 미나리로 부르고 있다. 미나리처럼 파릇파릇하고 새싹 같아서이다.     

해남군에는 해남군유기동물보호소가 있지만 최대 수용 규모는 50마리이다. 축산사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해남에서 포획된 유기견은 391마리에 달하고 있지만, 입양률은 21%에 그쳤다. 나머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