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배추가 수출길에 오르기 위해 수확 후 박스 포장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남 배추가 수출길에 오르기 위해 수확 후 박스 포장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출물류비 폐지 경쟁력 우려
신속한 직접 지원책 필요 요구

생산량과 해외수입,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수급이 불안정한 농수산물. 이에 따른 가격 폭락과 폭등이 반복되는 농수산물의 시장안정을 위해 국내 유통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출시장 확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푸드’ 열풍으로 라면·김치·떡볶이·김밥 등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고 쌀과 신선채소, 가공식품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군 해남에 맞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국가별 해외시장 맞춤 마케팅을 비롯해 농군 해남만에 차별화된 수출품목 육성전략, 수출농가 지원정책 등 다양한 신규정책 발굴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사업이 폐지됨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은 지난 2015년 열린 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회원국이 합의한 ‘농산물 수출보조금 폐지’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한 수출물류비는 연간 약 330억원 규모이며 해남군은 지난해 10억원을 지원했다.

해남지역 수출 농가들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데 수출물류비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수출물류비는 해상·항공 운임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농가에서 가장 체감도가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원이 끊김에 따라 중국산 등 저가 농산물을 비롯해 국내 수출업체간 가격경쟁까지 심화되고 있다. 수출시장은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큰 만큼 시장을 잃을 경우 회복하기가 쉽지 않고, 수출길에 오르지 못한 물량은 다시 국내시장에 풀릴 수 밖에 없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등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큰 것이다. 

해남에서 배추를 수출하고 있는 A영농법인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출물류비가 지원되지 않다 보니 실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겨울배추는 김장철 배추소비가 급감하면서 산지에서 출하되지 못한 물량이 많아 가격이 좋지 않아 일부 수출업체들이 가격까지 낮추는 통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B영농법인 관계자는 “수출로 국내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국내에 유통될 수밖에 없어 내수 시세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수출물류비 지원사업이 폐지됨에 따라 올해부터 수출 초보기업 지원 컨설팅(1억7000만원), 수출포장재 제작 지원(2억원), 농수산물 수출 부대운임 지원(5000만원), LA한인축제 등 지원(2억3000만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수출을 위한 포장재 지원사업은 빠르면 2~3월에나 가능하다 보니 수출농가들은 조속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겨울배추는 1~2월에 수출을 해야 하지만 수출포장재 제작 지원은 각종 행정절차를 이행한 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소비 감소 쌀, 수출 필수불가결 
가공식품 생산기반 조성도 필요

해남군으로부터 수출물류비를 지원받아 지난해 해외로 수출된 물량은 배추, 김치, 양파, 파프리카, 버섯, 고구마, 곡류 등 997만9326㎏이다. 2020년에는 938만4065㎏이 수출됐다. 주요 수출국가는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프랑스, 호주, 미국, 캐나다 등이다. 

지난 2년 간 수출물류비를 지원받아 수출된 물량은 1936만3391㎏으로 이중 배추가 88%인 1712만7335㎏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농가들은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직접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쌀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등 쌀 생산 감축 정책까지 펼치고 있지만 가격 하락이 반복되고 있어 내수시장에서 쌀 유통량을 줄일 수 있는 수출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일정 물량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국내 유통량을 감소시켜 국내 쌀값 상승의 지지기반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3년 67.2㎏, 2017년 61.8㎏, 2022년 56.7㎏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뛰어난 농업기술력을 바탕으로 유기농 등 친환경 브랜드화에 나선다면 해외 고급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수출전략단지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향이 좋은 유기농 쌀인 천지향을 미국 유기농 전문매장인 홀푸드마켓에 내년까지 180톤 공급키로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수출 중에 있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쌀 판매 촉진을 위해 쌀 가공식품 수출에도 적극 나서며 누룽지와 현미부침가루에 이어 올해 쌀아이스크림, 쌀음료인 라이스투게더, 홍차라이스티 등을 베트남과 캐나다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다.

윤영식 대표는 “미국쌀은 대개 1㎏에 500원 정도지만 친환경 브랜드쌀은 5~6달러(약 6600~8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농업기술력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경우 재배기술과 생산시스템을 갖춘 네덜란드처럼 브랜드화를 통해 고급쌀 시장에 뛰어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며 “중동 국가들도 1인당 쌀 소비량이 31㎏ 정도에 달하지만 쌀이 생산되지 않는 만큼 해남 쌀이 진출할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K-푸드 열풍으로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농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상황에서 농군 해남은 생산 규모화와 조직화 등이 용이한 만큼 강점을 살린 수출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남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수출도 활발해 지고 있다.

삼산면 황금밭영농조합은 곰보배추에 배와 도라지를 넣어 만든 ‘곰도리배즙’을 개발해 지난해 10월 베트남에 10톤을 수출했다. 곰도리배즙은 300톤을 수출할 예정으로 미국에서 샘플을 보내 수출길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공을 위한 생산설비가 부족해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마산면 식품특화단지에 위치한 땅끝예향도 간장에 현대적 레시피로 맛을 더한 간장소스를 개발해 지난해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입점,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간장소스는 중국회사와 75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고 한다.

해남군도 최근 명현관 군수가 해남 농식품의 미국 수출을 위해 출장을 다녀오는 등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미 최대 한인축제인 LA한인축제에 해남특산물판촉단을 파견해 해남 농식품의 우수성을 알리며 미국시장 개척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행사에는 4개 업체에서 참기름, 된장, 아이스군고구마, 김치 등을 전시·판매해 가지고 간 농특산품을 전부 판매하는 등 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군은 LA한인축제 기간 동안 소비자 선호도를 포함한 미국 시장조사도 실시해 판매전략 및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등 수출 예상 국가별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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