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민주노총·진보당 모여 구성
마을·아파트·학교 등 찾아가는 봉사

▲지난 17일 마산면 오호마을 경로당에서 칼갈이 봉사 중인 이정확·성민하·이종관 씨(왼쪽부터). 
▲지난 17일 마산면 오호마을 경로당에서 칼갈이 봉사 중인 이정확·성민하·이종관 씨(왼쪽부터). 

“잘 갈아준다께 한 자루 더 가져왔어.”

지난 17일 마산면 오호마을 경로당으로 주민들이 속속 모여든다. 손에는 칼과 가위 등이 한가득 들려있다. ‘번쩍번쩍 칼갈이봉사단’이 마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잘 들지 않거나 녹슬어 부엌 한 귀퉁이에 놓아뒀던 칼과 가위 등을 꺼내든 것이다. 경로당 안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칼을 갈고 있는 봉사단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번쩍번쩍 칼갈이봉사단은 농민회, 민주노총, 진보당 등 10여명 속해 있으며 마을 곳곳을 다니며 칼갈이 봉사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마산면이장단과 협의해 지난 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마산면내 35개 마을을 다니며 칼갈이 봉사 중이다. 보통 하루에 2~3개 마을을 다니며 많게는 150자루 이상의 헌 칼과 헌 가위를 새 것으로 탈바꿈시켜주고 있다. 칼이 잘 갈렸는지는 종이 보다 자르기 어려운 얇은 비닐을 직접 잘라가며 확인한다. 칼과 가위 뿐만이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낫·작두·손도끼·조개까는칼 등을 주섬주섬 들고 와 갈아달라고 부탁한다. 벌써 칼갈이 봉사만 9년째로 봉사단원들의 손길은 이미 전문가가 돼있다. 

지난 17일 봉사에는 이정확·성민하·이종관 씨가 참여했으며 오호리에 이어 용소리, 육일시 등 3개 마을에서 칼갈이 봉사를 했다. 주민들은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봉사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봉사단은 마을이나 아파트 등에서 칼갈이봉사를 요청하면 날짜를 협의해 직접 찾아가 봉사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에 나서고 있다.   

칼만 갈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는 방법도 알려주고 특히 쓰레기를 수거하는 미화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칼 등을 버릴 때는 꼭 신문지로 감아 버리도록 알려준다.

기계와 숫돌 등의 구입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사비를 들여가며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멈추지 않는다. 

이정확 전 군의원은 “칼갈이 봉사를 하다보면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전 한 어르신께서 혼수로 가져온 가위를 친정엄마가 생각나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갈아달라고 가져온 것이 생각난다”며 “칼이 잘 들어 음식 할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번쩍번쩍 칼갈이봉사단은 칼과 엃힌 어르신들의 사연 등을 담아 만든 ‘칼 사랑가’, ‘칼갈이 노래’ 등을 불러주며 행복한 추억도 선물하고 있다. 노래에는 ‘이 칼이 무뎌지면 내 인생도 지나… 이 칼에 날이 서면 내 인생도 빛나’ 등 재미있는 가사에 회한도 담겨 분위기를 띄우는데 제격이라고 한다.

칼갈이 봉사단은 전남지역에 100여명이 활동 중으로 목포·순천·나주 등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 ‘연합 작전’도 펼친다. 지금도 순천에서 요청이 오고 있지만 해남지역을 마쳐놓고 합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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