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아 (해남자원순환연구회 활동가)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누적 플라스틱 생산량은 무려 92억 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억 톤이 플라스틱 폐기물이며 폐기물에서 재활용된 것은 단 9%에 그쳤다. 특히 지난 11월 그린피스가 발간한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를 보면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약 40%가 일회용품이고,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800만 톤 플라스틱 중 80%가 일회용 플라스틱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이 67.4㎏으로 세계 2위다.(2019년, 그린피스) 한국인 전체 연간 페트병은 56억개, 플라스틱컵은 53억개, 비닐봉지는 276억개를 소비한다. 500㎖생수병으로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고,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지구에서 달 사이의 1.5배 거리와 같다. 더불어 비닐봉지는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여전히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짧은 시간, 잠깐의 사용을 위해 쓰이고 곧바로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썩어 없어지지 않고 잘게 부서져 지구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도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생산해 온 기업들과 유통업계는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직면하자 ‘친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기업만 1500여개에 달하고 점차 제품 완충재나 포장재를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100% 재생 가능’ 제품들을 개발하고 탈플라스틱을 약속하기도 한다. 익숙한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  ‘친환경’ 등이 쓰여 있는 물건들을 이용하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많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친환경’ 제품들에 지갑을 연다. 

하지만 이러한 플라스틱 대체품이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으로 오해하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보자. 생분해되는 온도와 습도의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결국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땅에 묻히고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다. 지자체 대부분이 이와 같은 조건을 실현시킬 매립화 시설을 갖추지 않는 현실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은 기존의 일회용 플라스틱과 다를 것 없고 나은 점도 없는 그저 플라스틱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은 어떠할까? 9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감당할 수가 없다. 일부 재활용되더라도 플라스틱의 특성상 분쇄돼 재가공된 downcycle 플라스틱은 더 이상 재활용되지 못하는 소재가 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쓰는 것은 환경적인가?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환경적인 소재로 여겨지지만 탄소 중립의 유일한 흡수원인 나무를 소비의 대상으로 베어내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대체품에 대한 고민보다는 궁극적으로 일회용품 생산 감축과 다회용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은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제품 경량화나 바이오플라스틱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 방법이 아닌, 플라스틱 생산을 절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계획(재사용과 리필까지 포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4년 올해는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 협약이라고 평가받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 Treaty)’이 진행된다. 협약문에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생애 주기에 걸친 플라스틱 오염 관련 의무 사항이 담길 예정인데 이 협약의 마지막 회의가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협약이 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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