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에 솔선수범 퇴색
주민총회 무의미 행사 전락
의제 요건 명확한 규정 필요

해남군이 올해 예산과 관련해 해외출장비를 대폭 늘리는 대신 주민자치의 핵심인 의제 반영 예산은 전체 30건 중에 10%인 3건만 반영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남군은 지방세 감소와 교부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적립한 재정안정화기금 중 300억원을 활용해 지난해 예산보다 1.2% 늘어난 8825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정부와 전남도가 예산을 줄였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며 소모성 예산을 줄이는 등 긴축정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군의 올해 본예산 중 국외업무여비는 1억7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고 국제화여비는 4억5700만원으로 81%가 늘었다. 업무추진비도 7억408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15%늘었다. 

해남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준 예산이 되돌려진 현상으로 특히 정상화 이후 국제투자와 자매결연 행사 등 수요가 늘고 있고 정부나 도 차원의 국제사업에 함께 요청받는 경우도 있어 자연스럽게 예산이 는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에 주민자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 의제 반영은 극소수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면 단위 7개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분과별 토론에 의해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별 설명회와 주민 투표를 통해 8월 중 주민총회를 갖고 자치회별로 3~5건의 의제를 확정해 해남군에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이렇게 요청된 의제는 모두 30건이다. 

하지만 해남군의 올해 본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이중 3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황산면 관광지도 제작과 옥매광산 알리기, 북평면의 풋살 경기장 신축, 북평면의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공간 조성 등이다. 

이중 북평면의 복지공간 조성 사업은 이미 지난해 해남군 예산에 반영돼 추진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올해 신규사업으로 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2건에 불과하다. 

삼산면 주민자치회의 두륜산 맨발 걷기 도로 개설은 공원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산면의 신방저수지 생태습지공원과 둘레길 조성은 과다한 예산이 소요돼 면밀한 타당성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산이면의 영양제 농약병 수거사업은 환경과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각 제외됐다. 

해남군 관계자는 “주민자치회에서 올라온 의제를 모두 다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고 실과소 검토에서 추가적인 행정절차 등이 필요한 사업, 수십에서 수백억원으로 과다하게 사업비가 필요한 사업, 이미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업 등은 예산 편성에서 제외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참여를 통한 의제 발굴이 주민자치회의 주된 목적인데다 주민자치회별로 3개월에서 많게는 5개월이 소요됐지만 이전에 예산 범위나 사업 특수성 등 기준이나 원칙을 전혀 마련해주지 않고 뒤늦게 예산 반영에서 제외시킨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A 주민자치회장은 “의제를 발굴하고 의결하는 의미가 아예 없어진 상황으로 이제 와서 안된다고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B 씨는 “해외출장비는 늘리면서 주민들 참여 예산이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 의제 예산은 거의 반영하지 않아 시대에 역행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올해도 의제를 발굴해 8월에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무의미한 연례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군 차원의 대책이나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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