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전교조 해남지회장 박성근)

지난해 12월 전남교육청 고위직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전남교육청 ‘전광판 비리’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이에 대해 전라남도교육청이 어떤 입장문을 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대신 새해가 되자마자 청렴도 2위를 자축하는 전남교육감의 SNS 글과 더불어 감사팀의 노고를 치하하는 포상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숙하고 자중하는 것이 상식인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도교육청 내에 이를 제어할 장치와 자성의 목소리가 실종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 장흥1)은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알림’ 전광판이 설치된 학교에 ‘기상’ 전광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10개 학교에 설치했는데 모두 T업체와 계약했다”며 “단순히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의 정도가 아니라 억지 수요, 거짓 수요로 ‘특정업체 일감 만들어주기’다”고 김대중 전남교육감을 강하게 질타했다.

 전교조 전남지부에 따르면 모 고등학교는 학교 구성원이 볼 수도 없는 도로 쪽에 전광판을 추가 설치한 사례가, 모 교육지원청은 본 건물 벽면 2개와 바로 앞 별관에도 2개, 총 4개의 전광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곳도 있었다.

이전에도 전남도의회에서 전남교육청의 물품 비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4월 전남도의회 전경선 의원(목포5,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3년 동안 전남교육 현장에서 자주 구매한 특정 관급자재 계약 건수 50% 이상, 계약금액 37억원 중에서 27억원을 특정 업체가 계약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9월 김호진 도의원(나주1, 더불어민주당)은 도정질문에서 스마트 팜 교육장비가 수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 학교에 보급됐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을 지적하고, 일선 교육현장에서 검증하지 않은 기자재 구매가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남교육의 납품 비리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교조 전남지부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실습은 현재 실습 마네킹(50만원 상당)으로도 충분한데 스마트 심폐소생술 실습용품(500만원 상당)을 60여 개 학교가 구매했다고 한다. 

상당수 보건교사들은 10배나 비싸고 부속이 많아 관리가 어려워 선호하지 않는데 전남지역 학교에 대거 보급된 것은 관리자 또는 상급기관의 강한 권유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상당수 사서교사들에 따르면 ‘학교도서관 자동화 구축 사업’(117개교, 30억원 상당)에서도 관리자가 특정업체 선정을 유도하거나 업체가 사전 안내 없이 학교로 찾아왔다는 사례가 있었다. 공기청정기가 2대나 있는데 공기살균기를 추가로 구매를 요구받은 사례, 실효성과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으로 AI로봇(500만원 상당) 구매를 망설였지만 관리자와 업체가 구입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신청한 사례, 모 학교는 학교장도 모르게 20억원 외벽공사가 계획돼 학교장이 취소를 요구했으나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등 비슷한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전남교육청이 자체 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두고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물품 비리 의혹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발의했다. 

하지만 도의원 61명 중 3명만 찬성하고 58명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현재 전교조 전남지부가 물품 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상태이다.

학교는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곳이다. 학교를 지원하는 전남교육청은 어느 곳보다 청렴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부정과 비리가 스며들면 그 순간 교육의 가치는 무너진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이루어진 물품선정위원회는 의례적 행위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물품 수요를 개발한 것이 누구인지, 누가 어떻게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다.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전남교육의 물품 비리 의혹이 소상히 밝혀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