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배출 많은 메탄 2030년까지 250만톤 감축해야
군, 저탄소 벼 논물관리 등 탄소감축 우수모델 만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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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해남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전 세계적 과제다. 여기에 농업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 수준이며 지난 1990년 7.4%에서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 분야 메탄 배출량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이중 축산이 22%, 벼 재배가 21%다. 우리나라가 동참하고 있는 국제 메탄 서약(GMP)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을 목표로 한다. 다행히 해남군은 2년 전부터 저탄소 농업 모델 개발에 나서는 등 타 자치단체보다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해남군의 저탄소 농업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보급 시범사업이 계곡면 방춘리 농가에서 올해로 3년째 실시된다.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보급 시범사업이 계곡면 방춘리 농가에서 올해로 3년째 실시된다.

우리나라 농업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사로 일반농법에서 친환경농법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여기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농축산물 시장에서 저탄소 인증이 필수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저탄소 농업이란 농업 생산과정 전반에 투입되는 비료, 농약, 농자재 및 에너지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영농 기술로, 농업부문 탄소중립 실천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흔히 농축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기후위기와 연관짓지 않지만 대기를 온난화시키는데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산업분야다. 메탄은 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로 온난화 잠재력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약 21배, 일산화이질소에 비해 약 31배나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같은 양 기준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같은 양을 감축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톤(CO2 환산량) 수준으로 농축수산(1220만톤, 43.6%), 폐기물(860만톤, 30.8%), 에너지(630만톤, 22.5%) 부문에서 주로 배출되고 있다.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벼 재배 과정, 가축이 사료를 먹고 소화하면서 내뿜는 가스, 가축분뇨 처리 과정 등에서 배출된다. 때문에 메탄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농법이나 사육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메탄을 줄이는 저탄소 농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 농민들의 참여가 낮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21년 10월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메탄 배출량을 농축수산 250만톤, 폐기물 400만톤, 에너지 180만톤 등 2018년 2800만톤에서 2030년 1970만톤으로 30%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한 만큼 저탄소 농업이 시대의 흐름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농축산 부문 메탄 배출량은 가축분뇨의 정화처리·에너지화 등 다각적 활용, 저메탄·저단백 사료 개발·보급, 논의 물관리 등을 통해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저탄소 벼 논물관리기술보급 시범사업'를 공모했으며 해남군이 선정돼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논물관리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군은 순천대학교 생명산업과학대학과 협업으로 계곡면 일원에서 걸러대기, 2주 또는 4주 물대기 등 시험포를 운영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농법을 찾아가고 있다.

벼 농사에서 메탄은 벼가 호흡을 위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소모하는데 토양의 산소가 줄어들면 이 같은 환경에서 메탄생성균 활동하기 시작하고 이 균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며 메탄이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논에 상시 담수해 놓는 지금의 농법에서 일정기간 논에 물을 빼지는 방식으로 메탄생성균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시범사업은 모내기 이후 용수를 2~3주 간격으로 등숙기까지 대거나 빼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모내기 시기·품종·기후 등에 따라 메탄가스 배출량이 달라 시범사업을 통해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다.

군에 따르면 논물 관리를 통해 상시 담수 때보다 메탄 배출량이 감소하고 생산성에는 손실이 없다. 벼의 품질도 향상되고 뿌리 활력도 높아져 도복 저항성은 높아지는 등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범사업에 따른 정확한 데이터는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2022년 시범사업에는 79농가 126.4㏊, 2023년에는 51농가 107.6㏊, 올해는 82농가 147.2㏊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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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농가 확대 중

축산도 저탄소 인증으로 판로 개척

계곡면 방춘리 김창호 씨 농가는 올해로 3년 째 시험포(1983㎡)로 참여하고 있어 시범사업 결과 우리나라 벼 메탄계수 개발 및 탄소감축 우수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군 지난해 논물관리기술 시범재배로 생산된 쌀 50톤을 탄소감축 플랫폼 개발업체인 땡스카본과 연계, 네이버 메타버스인 제페토를 통해 공급하며 판로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저탄소 농업은 벼 논물관리기술보급을 비롯해 고효율 보온자재를 이용한 난방비 절감, 바이오차를 이용해 농경지에 탄소를 고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군은 저탄소 농업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대상이 아닌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정부가 감축량을 인증하고 톤당 1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 2017년으로 해남군내에서는 그동안 감축사업에 등록한 사례가 없었지만 군이 적극 홍보에 나서며 지난 2022년부터 등록이 이뤄져 현재 139농가가 317.14㏊(논물관리 314.3㏊, 다겹보온커튼 2.84㏊)를 등록한 상태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예상량은 703톤이다.

군은 올해는 약 1000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승용차 510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30년생 나무 9만9000그루를 식재하는 효과다. 이를 위해 벼농가는 논물관리로 749톤(181농가 421.3㏊)을, 토마토·딸기·오이·화훼 등 시설하우스 농가는 고효율 보온자재 지원 등으로 214톤(12농가, 3.9㏊)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사업장에서 기 등록된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인정 받은 감축실적을 거래시장에서 판매하는 '탄소 배출권 외부 거래제도'도 첫 실시되고 있다.

축산분야 저탄소 농업정책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축산에서 메탄 배출을 감소하는 방안은 가축을 빨리 출하해 사료를 먹고 소화하면서 내뿜는 가스 등의 배출량을 줄이고 분뇨를 퇴비화 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투입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를 통해 해남에서는 지난해 한우 10여 농가가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았다.

▲축산농가는 소 운동장 등을 운영하면 저탄소 축산물인증을 받을 수 있다.
▲축산농가는 소 운동장 등을 운영하면 저탄소 축산물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삼산면 행복나루터의 경우 유전자변형 원료가 아닌 유기농 곡물과 조사료에 미생물을 첨가해 완전 발효시킨 TMF사료로 소화흡수율을 높여 소들이 트림이나 방귀를 내뿜는 횟수를 줄였다. 또한 보통 4m×8m의 축사 한 칸에 4~5마리를 넣고 키우지만 이 농장에서는 2마리를 기본으로 하는 등 소가 운동할 수 있는 공간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일반 농가들이 30개월 동안 소를 키우고 도축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26~28개월이면 출하를 한다. 이 모든 것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축산기법이다.

특히 축산물을 백화점 등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유기인증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인증도 필요한 가운데 저탄소인증이 동물복지인증을 대체하며 판로 개척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저탄소 농축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신청서와 증빙서류 등 절차가 복잡한 반면 인센티브는 적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따르고 있다.

올해부터 탄소 감축시 직불금 지급

'해남저탄누리' 브랜드 개발·홍보

단 올해부터 농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활동을 실천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탄소중립 프로그램이 신규로 추진될 계획이어서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남군도 저탄소 농축산물 브랜드 '해남저탄누리'도 개발하는 등 브랜드화 하는 한편 해남미소·로컬푸드직매장 등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저탄소 농축산물 코너를 신설하는 등 차별화된 새로운 유통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저탄소 논물관리쌀을 '쿨미' 신한카드 올댓서비스에 입점시켜 착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농업은 하늘이 도와줘야 할 정도로 기후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큰 만큼 온실가스 감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정부도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조만간 지자체별, 연도별 감축 목표치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어 저탄소 농업을 선도하는 해남군에서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시 되고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 브랜드 '해남저탄누리'.
▲저탄소 농축산물 브랜드 '해남저탄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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