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연꽃 피는 청룡저수지, 상여 행렬 닮은 송장바위 눈길
마을 특성 살려 청룡둘레길-연꽃 브랜드로 비상 꿈꾼다

(편집자 주) 해남신문은 '2024 해남 마을 이야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한다. 해남 515개 마을 곳곳을 찾아 각 마을의 유래와 역사,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마을이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해남 마을이야기, 첫 순서로 푸른 용 청룡의 해에 옥천면 청룡마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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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저수지는 매년 여름에 백련이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사진=옥천문화공동체 제공)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표지석과 청룡저수지.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표지석과 청룡저수지.

마을 입구 표지석을 따라 넓게 펼쳐진 저수지에 멀리로는 원경산과 주작산이 보인다. 여름에는 저수지에 백련이 내려앉는데 산과 저수지, 마을이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을 정도이다. 마을 이름은 청룡마을, 저수지도 청룡제. 마을 유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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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마을 풍경.(사진=옥천문화공동체 제공)

원경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룡마을은 마을 모양이 푸른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맑은 날 멀리 주작산에서 내려보면 청룡제라는 저수지가 푸른 빛의 용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고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고인돌을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태로 보여 청룡마을로 불리우고 있다.

바로 옆이 백호마을인데 '좌청룡 우백호'를 연상케 한다.

마을의 상징인 청룡제는 오래전 만들어진 저수지로 1925년 편찬된 해남군지에는 작은 저수지로 묘사됐지만 이후 1958년에 확장돼 그 면적이 크게 늘었다. 매년 8월이면 순백의 연꽃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1950년대 한 주민이 외가인 강진에서 연뿌리 3개를 가져와 심었는데 두 뿌리는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한 뿌리가 자연 번식해 저수지를 가득 덮게 됐다.

▲류규택 개발위원장이 마을 문화유산인 송장바위를 가리키고 있다.
▲류규택 개발위원장이 마을 문화유산인 송장바위를 가리키고 있다.

마을에는 '송장밭', '송장바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총 5개의 고인돌이 밭 인근에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맨 앞에 있는 돌은 상여 행렬을 이끌며 종을 치는 요령꾼(방상), 뒤에 돌들은 상주, 맨 뒤에 네모 모양의 큰 돌은 상여 형태로 마치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예로부터 송장밭, 송장바위로 불렸다.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이 바위에 새겨진 듯하다.

이곳은 1970년대부터 밭을 개간하던 중 고려자기 등이 나와 화제가 됐고 한때 전문가와 대학교 사학과 학생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주위에 고인돌도 곳곳에 나와 문화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밭이 형성돼 있고 송장바위만이 남아있다.

한때 100명 가까이 있던 마을 주민은 크게 줄어 현재 15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느타리버섯, 밤호박, 단감이 유명하다. 마을 개발위원장인 류규택(60) 씨 부부는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직장인 등 20·30대 자녀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마을에는 또 귀촌해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는 30대, 감농장을 하고 있는 또 다른 30대 등 이들이 있어 마을의 활력이 되고 있다.

마을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류규택 개발위원장은 "연꽃이 만개하는 마을 특성을 살려 청룡제에서 마을 안길, 산소골과 뒷골을 지나 청룡제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곳곳에 총 1만평 규모의 연꽃 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연꽃마을이 조성되면 귀농귀촌인도 늘고 다시 애기 울음소리가 나는 마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룡마을은 이같은 마을 비전을 바탕으로 전라남도가 주관한 '2023년 청정전남 으뜸마을'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옥천문화공동체가 주최가 돼 지역문화활력촉진 지원 사업의 하나로 백련쉼터 마을 블로그 등 SNS를 통해 마을 홍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백련쉼터'를 검색하면 네비게이션과 연결돼 청룡마을로 가는 방법도 알려준다. 주민들과 함께 연잎밥 만들기와 백련차 브랜드 만들기 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청룡의 해에 청룡마을은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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