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 (뮤지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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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전국예전'

지난해 초 연출진이 전국체전 개·폐회식을 기획하며 목표로 삼았던 말이다.

지금까지의 체전이 '체육인'들을 위한 축제였다면 이번 체전만큼은 예술인들도 하나가 되어 함께 참여하는 '예전'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였다. '예체능'이라는 말이 그러하듯 예(藝)와 체(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며,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전남만큼 '전국예전'이 어울리는 지역은 없었기 때문이다.

체전을 예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구체화시켰다.

첫째가 바로 수조 무대의 설치다. 체전 무대에서 '물'은 금기 사항이었다. 체천 특성상 개회식 무대가 끝나면 바로 철거해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물가에 나가 노는 아이들처럼, 물은 곧 놀이이고, 놀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남이라는 고장의 환경적 테마인 다도(多島) 역시 이런 선택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기에 수조 무대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이 용단으로 이번 체전에선 대형수조 무대뿐 아니라 워터스크린까지 적재적소에 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어서 두 번째 채택한 연출 요소는 바로 '도창'이다.

소리꾼 1인이 다역으로 내레이션과 연기를 펼치는 전통 판소리 기법인 도창은 '소리의 고장 전남'에서 이루어지는 체전인 만큼 가장 어울리는 예술 콘텐츠라 할만 했다. 기존 체전 주제공연들은 무용이나 미디어파사드 등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그 탓에 난해하다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도창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를 타파하고자 했다.

스토리는 크게 네 파트로 구성하였다.

전남의 태고의 자연을 이야기한 태고의 전남 파트. 이 파트에선 대형 수조 무대에 배를 띄워 그 위에 도창자가 탄 채 내레이션을 하는 무대 기법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방법이었기에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두 번째 전남의 역사 흐름을 담은 전남의 과거 파트. 전남을 발전시킨 기술을 '불도깨비'라는 특별한 존재에 이입하여 환상적인 미쟝센(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을 만들어보았다. 역시 도창자의 소리가 가미되며 관개들을 즐겁게 했다.

세 번째로 워터스크린의 연출을 통해 자연의 위용을 뽐낸 전남의 현재 파트. 기술 발전에 급급해 자신을 외면하고 파괴한 인간을 향한 자연의 분노를 워터스크린 연출로 표현했다. 사람 키의 수배에 달하는 높이까지 분수가 솟구쳐 오르고 안무가가 춤을 추자 그 아름다움은 말할 길이 없을 지경이었다.

워터스크린 연출 이후에는 씻김의 굿이 펼쳐졌다. 인간이 화가 난 자연에게 보내는 용서의 말을 굿으로 표현한 것이다. 굿은 대한민국만의 특별한 예술 콘텐츠고 이 굿이 가장 잘 보존 된 곳이 바로 전남이다.

'물'을 이용한 연출은 성화 주자의 이어달리기에서도 빛났다. 수조 무대에 연출한 징검다리 위를 성화 주자가 건너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연출이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 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충분한 연출이었다.

마지막으로 개회식의 가장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바로 드론 연출일 것이다.

드론은 아주 특별한 성화가 되어 전남의 밤하늘에 전남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나로호가 되어 마법을 일으켰다. 드론의 사용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사분란하게 형태를 바꾸며 전남의 문화며 역사, 과학 등을 표현하다가 종국에는 전남을 상징하는 로고 문양으로 진정한 '전남' 전국체전의 상징을 보여주었다. 그 누가 보아도 이번 전국체전이 '전남'이 준 선물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임펙트 있는 연출이었다.

이렇게 전남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k-culture까지 모두 함께 어우러진 무대는 전국체전을 위해 목포까지 찾아온 모든 관객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남겨주었다.

과연 예술이 돋보이는 전국체전이라 할 만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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