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배학교 졸업식 '웃음 활짝'
어르신 113명 '만학의 학사모'

▲제3회 꿈보배학교 문해교육 졸업식이 지난 26일 평생학습관에서 열렸다.
▲제3회 꿈보배학교 문해교육 졸업식이 지난 26일 평생학습관에서 열렸다.

"한글 공부하면 건강하고 친구들이 많아 좋아요, 그런데 자고 나면 머리에 구멍이 났는지 깜박깜박해요. 글자를 자꾸 잊어버리고. 그래도 왜 이제야 한글 시작했나 싶어요." 주주심·장순자(화원면) 어르신이 문해학교 졸업식에서 학습자를 대표해 밝힌 소감이다.

제3회 해남군 꿈보배학교 문해교육 졸업식이 지난 26일 평생학습관 3층 회의실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 113명과 가족, 문해교사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는 명현관 군수, 김석순 군의회 의장과 군의원, 윤재갑 국회의원 등도 참석해 어르신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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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엽 어르신.

이날 최고령 졸업생인 정상엽(94·송지 서정) 어르신은 평생 일에 묻혀 살고 나이가 들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해 참석했다. 4년째 문해학교에 다니는 정 어르신은 "옛날엔 여자가 공부하면 연애질한다고 어르신들이 못하게 했는데 뒤늦게나마 시작한 공부가 머리에 들어가니 좋다. 이젠 이름 석 자 쓰고 군내버스 행선지 알고 면사무소에 가도 어디서 물어봐야 하는지 알아 행복하다. 늙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4년째 문해학교에 다녔으나 코로나19로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나 올해는 매주 두 차례 수업에 참석해 많은 것을 깨우쳤다.

▲ 안토넷 씨.
▲ 안토넷 씨.

얼마 전 김하늬로 개명한 안토넷(북일) 씨는 필리핀에서 시집온 지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어를 5년간 배웠지만 아이 둘을 키우고 일이 바빠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문해학교에 입학해 한글도 제대로 배웠다. 그녀는 "한자어가 많아 어렵지만 2단계인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배우고 지금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젠 애들도 가르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열린 이날 평생학습관 1층에는 2023년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3층에도 졸업생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아따, 재미도 없네. 아침부터 테레비만 여기 틀었다 저기 틀었다 어만 테레비만 타박하던 내가 한글 배우러 댕기니 "오메 우리 할머니 멋져부러 영어도 쓰네" SBS를 쓰고 있는 것 보고 손자가 외친다.(중략) "띠링" "엄마, 요새는 뭐해?" "나도 인자 바뻐 한글학교 댕기느라(이하 중략)'(김봉임·나도 인자 바뻐·국회교육위원장상)

'어버이날이다고 아들이 온다. 메누리도 온단다. 한글 선생이 메누리한테 편지 쓰자 한다. "안 해! 지는 나한테 전화도 안 한디"(중략) '어머니, 글씨 잘 쓰시내요. 편지 감동이에요" 메누리가 웃는다. "내가 편지 처음 써 봤다" 나도 웃는다. 아들도 웃고 있다. "시상 별거 없네" 내 마음이 사르르 녹아 봄이 온다.'(김묘숙·시상 별거 없네·전라남도의회 의장상)

'문해교실 생겨 공부도 배우고 노래도 배워 즐겁고 행복하다. 높은 곳 살고 허리수술해 결석이 많아 속상하고 속상하다. 허리야, 아픈 허리야 어서 나아라. 빨리 나아 신나게 공부하게.'(박정희·허리가 웬수여!)

2018년 시작돼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꿈보배학교는 '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라는 뜻으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인 문해교육 과정이다. 학습관과 마을회관, 자택에서 이뤄지는 문해교육은 학습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첫해 30명에서 2019년 75명, 2020년 25명(코로나19 여파), 2021년 80명, 2022년 121명, 올해 171명 등으로 누계 인원으로 502명에 이른다.

올해에는 3월 개학 당시 47곳에서 이뤄졌지만 학습자가 늘어나 53곳으로 확대됐다. 읽기, 쓰기 등 한글 교육과 미술, 음악, 수학 등의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스마트 활용, 키오스크 사용 등 생활에 밀접한 디지털 교육도 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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