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명 (해남YMCA 사무총장)

얼마 전 워크숍에서 변상욱 CBS 대기자 강의를 듣던 중 '뉴스 사막화'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본 단어라 도무지 뜻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단어는 신문에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뉴스 사막화'란 미국 인구 중 4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지역언론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는 개념으로 2016년 미국에서 첫 보고서가 나오면서 알려졌다. 이후 NYT, WSJ 등 메이저 언론에서 매년 사막화와 관련된 기사를 쓰며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 대침체기에 많은 지역신문사가 파산하였다. 그리고 광고 시장은 디지털 발전으로 전통적인 지면 광고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함께하지 못한 지역신문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신문사의 문을 닫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뉴스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지역신문의 사막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진 않다. 오히려 언론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 사막화는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대비해야 할 미래인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뉴스 사막화'를 연구했던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쉽게 터부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역언론의 소멸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첫째, 지역언론의 소멸은 시민참여와 지방정부 견제 소홀을 불러올 수 있다. 신문은 지역주민들에게 기고문, 오피니언, 기사 제보 등의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문이 없으면 시민들의 사회 참여가 감소할 수 있다. 또 지방정부의 행동에 대한 감시가 줄어들어 부정부패, 부당한 행정, 혹은 비효율적인 정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두 번째는 정치 참여에 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내년 총선에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 출마할 후보를 중앙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설사 알려주더라도 유력후보만 언론에 노출되게 된다. 지역언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지역에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누가 무슨 정책을 내놓는지, 지역을 위해 헌신하려 하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게 된다. 정말 '깜깜이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오정보와 허위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책무가 있는 신문이 지역에 없으면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의존하게 된다. 소셜미디어에는 각종 허위정보가 넘친다. 각종 루머가 카톡방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며, 유튜브 방송은 검증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24시간 전파한다. 이는 정치적 극단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소셜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정치 이슈는 전국적으로 아주 빠르게 전달된다.

이처럼 바른 지역 언론이 부재할 때 가져올 부작용은 실로 대단하다.

지역 언론이 없을 때 지역 사회는 정보 부족과 연결된 상당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재난, 사건사고, 지역 이슈 등에 대한 신속한 정보 전달이 어려워져 지역 사회의 안전과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언론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영도 어렵고, 기자를 채용하기도 어렵다.

지역언론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가치 있는 지역언론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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