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남임 (청년로컬문화크리에이터연구소)

10일도 채 남지 않는 2023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나의 달력은 빽빽한 일정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일정들로 인해 항상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올해 초에는 조금 덜 바쁘게 살겠노라 다짐했는데 여전히 바쁘게 살았다.

2023년을 되돌아보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본다. 벌써 새해 달력과 다이어리가 선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내년 일정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올해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끔은 너무 빠르게 마무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해를 잘 마무리 짓고 다음 해를 맞이해야 하는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한해를 잘 맺을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되는 듯하다. 내년에 진행할 수업들도 벌써 계획이 세워져 내년 일정들을 채워간다.

어렸을 때는 계획을 월, 년, 5년, 10년, 30대, 40대, 50대 등 일생의 계획을 세워 항상 가지고 다녔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는데 그건 삶의 흐름에 맞춰 흘러가게 되어 그런 것 같다는 핑계를 대본다.

학생들은 곧 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방학 때 생활계획표를 만들던 생각이 난다. 생활계획표는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일정들이 시간 단위로 세워져 항상 만들 때마다 꼭 지키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이번 기회에 생활계획표를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정에 맞춰 생활하게 되겠지만 하루 중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나를 위해 시간을 사용해 봐야겠다. 어느 순간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종이책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든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읽지 못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에게 조금은 잔혹하게 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안 좋아진 건강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연말이 되어가니 일 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분들이 모두 건강문제를 토로한다.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그리고 지역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결과가 슬프다. 지금부터라도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4년을 맞이할 수 있게 노력해 보자.

"내년에 뭐 할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년에는 하던 것들을 줄이고 나를 위해 보내려고 해요"라고 답을 하면서도 내년에 어떤 것들을 해볼까 생각하고 또 입 밖으로 내뱉는다. 항상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는데 매번 일에 있어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매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실험정신들이 샘솟으며 꾸준히 해왔던 것들은 유지해가고 싶다. 돈을 버는 일보다 가치를 지향하는 일들을 추구하기에 NGO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이게 나의 성향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또 가치를 지향하는 일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2023년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4년에는 더 재미있고 가치 있게 살아가야겠다.

나의 숙제는 2023년을 되돌아보며 기록하는 것이다. 일 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을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하여 항상 다시 무언가를 뒤적이며 찾아야 하기에 이번에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 년 동안 내가 가진 생각과 아이디어들도 정리해 내년에 어떤 것들을 시행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내년에도 열심히 활동하며 소식 전하겠습니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으며 내년에는 건강과 좋은 일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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