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찬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특보)

12월 첫날 첫눈이 내리면서 겨울로 접어든 요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농어민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주 해남에서 절임배추 사업하는 지인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절임배추의 지역 사정을 시작으로 전기요금까지 속사정을 토로했다. 특히 전기요금에 대해 '농락'이라는 강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지적했다. 200평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는데 2년 전 이 시기에 40만원이 넘지 않았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60만원 넘게 나왔다. 2년 동안 50% 이상 올랐다.

내친김에 완도에서 광어 양식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해 사정을 들었다. 수조 규모가 2000평 정도로 2년 전 1350만원 정도 나왔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2250만원이 나왔다고 했다. 2년 새 900만원, 66%가 뛰었다.

지난해 3차례(4월, 7월, 10월), 올해 3차례(1월, 5월, 11월) 등 정부는 2년간 6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4월을 제외하면 1년 6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는 5차례 인상했다. 지난달 한전은 인상 효과로 10분기 만에 2조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50% 넘게 올린 당연한 효과이다.

한전은 4분기에 추가 자산매각·인력 감축을 단행한다는 자구책도 발표했다. 자구책의 범위와 강도는 언급이 없다. 지난 5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한전 일반정규직의 평균 보수액과 성과상여금이 발표됐다. 일반정규직 1명의 평균 보수액은 8449만원이고, 이 중 성과상여금은 1568만원으로 전체 보수의 18.5%를 차지했다. 성과상여금을 월 단위로 계산하면 130만원 가량으로 최저 시급 9620원, 주 48시간 일하는 노동자 한 달 월급 184만7040원의 70%에 달한다. 자구책에 매년 지적된 한전 '성과상여금'이 포함될지 의문이다.

최근 정부는 한전에서 독점하는 전력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전 민영화 의혹도 제기됐다. 이달 초 발표된 '전력계통 혁신대책'에 한전의 송전선로 사업에 민간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일부 개방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한전의 위험한 시도로 민간 일부 개방은 완전 개방으로 가는 초읽기이며 '전기요금 지옥'이 열리게 된다. 사실 한전 적자는 코로나 시기 전기요금 인하, 소상공인 전기요금 혜택, 기업 부도로 인해 받지 못한 전기요금 등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상 전기를 생산하는 원재료인 석유, 석탄 가격 상승도 한몫했다. 전기요금 상승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문제는 정부가 한전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 정상화는 획기적인 에너지 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 에너지 산업의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R&D 투자는 기본이다. 정부는 내년 긴축 예산을 편성하면서 R&D 분야에서 전년 대비 17%(5조2000억원) 삭감했다. R&D에 투자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국가 에너지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조차 없는 현 정부의 한전 정상화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급하게나마 지자체만이라도 전기요금 보조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상은 농어민에 한정하지 말고 지역 소상공인까지 확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4개월은 더 남은 추위에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얼마나 많은 한숨을 내쉬어야 할지 우려가 앞선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