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천 (북평중 교사)

북평중학교는 지난 11월 15일부터 19일까지 3박 5일간 베트남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조그만 시골 학교가 베트남까지 수학여행을 다녀왔으니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해남신문의 귀한 지면을 빌렸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전교생이 다른 나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은 해남에서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쉽지 않았을 이번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항상 학교를 응원하고 도와주시는 학부모님, 졸업생 선배님, 지역 어른들 덕분이었다. 학생 총수가 33명인 작은 학교의 장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여행 목적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한 끝에 베트남으로 결정했다. 학생들과 함께 공부해보니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여러 가지로 닮은 점이 많은 나라였다.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것이나,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쟁취한 점, 그리고 사상적으로 대승불교와 성리학의 가치관을 공유한 것도 닮았다. 대한민국과는 현대사의 한 장면에서 총을 들고 싸운 아픈 역사도 있지만, 최근에는 경제협력으로 아주 가까운 나라가 되었고 요즈음 상당수 학생들에게는 어머니의 나라이기도 하다.

여행기간 학생들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야시장과 전통시장 체험을 하였고, 과거 베트남 상업의 중심지로 전통 시가지가 잘 보존된 호이안 관광을 하고 그 나라의 유명한 테마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우리나라 군대에 의한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하미마을 민간인 피해 위령비 앞에서는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피해 영령들의 명복을 경건히 기원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던 것과 달리 점잖고 의젓했다. 아침에는 대부분 스스로 일어나 식당에 내려왔고, 한국식 삼겹살집에서는 자연스럽게 3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을 위해 고기를 구워주는 광경이 대견했다. 야시장이나 전통시장에서 부모님과 친척을 위해 고민하며 기념품을 사는 모습은 집을 떠나서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가족애의 발현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의 국내 체험학습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리나라를 떠나 이국의 문화와 환경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쑥 성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가 작은 것이 학생들의 성장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가의 정책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아름다운 작은 학교의 행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우리 학교 3학년 김소형 학생의 여행 감상을 덧붙인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해외로 가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고 좋았다. 베트남에 있었던 나흘 동안을 생각하면 날씨 때문에 계획이 변경되어도 짜증이 나지 않고 친구들과 매 순간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뜻깊은 추억이었다. 친구, 후배들과 즐길 때는 행복한 감정이었지만 하미마을 위령비에 갔을 때나 가이드 선생님께 베트남의 역사를 들었을 때는 숙연하고 서글픈 감정이 드는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느껴 마음이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갈 때의 걱정과 달리 모두가 만족해해서 기쁘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분들께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첫 해외여행을 즐겁게 보내니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다. 우리 후배들도 이런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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