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떠나는 새내기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수년간의 공시생 기간을 견뎌내고 어려운 시험까지 통과해 공직에 발을 내딛었지만 낮은 보수, 악성 민원, 권위적인 조직문화 등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8명의 공무원이 스스로 공직을 떠났다. 대부분이 8, 9급 공무원으로 6년 차 미만이다. 또한 해남(16명)이 고향이 아닌, 타 지역 출신(62명)이 많았다. 떠나는 사유로는 다른 지역 시험 합격이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해남에 근무하면서 다른 지역에 도전하고 있는 공무원이 많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내기 공무원들은 해남에서의 공직생활 중 어려움으로 주거 문제를 꼽는다. 9급 1호봉의 실수령액이 180만~19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40만~50만원의 높은 월세가 큰 부담이 된다. 여기에서 생활비 등을 더하면 100만원 정도가 경상비로 들어가고, 이를 빼면 10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마저도 해남에서 방을 구하지 못해 인근 목포 등에 얻는 경우도 많고, 첫 근무지로 면사무소에 배치되다 보니 출퇴근 차량 유지비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업무는 항상 주민들과 연관돼 민원인 응대도 부담이라고 한다. 아직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악성·고질 민원이라도 만나면 '멘붕'에 빠지기도 한다. 야근과 휴일 근무 등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 기성세대와는 다른 업무 가치와 행동 패턴으로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공직을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군은 새내기 공무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사 임대나 신축, 월세 지원 확대 등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아직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용시험 방식도 군내 거주하는 임기제공무원 선발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공무원들은 일이나 직장에 대한 가치만큼이나 삶과 생활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지금까지 관행이란 이름으로 내려온 공직사회의 틀에 꿰맞추기보다 그들의 생각과 특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그들에 맞는 처방전을 내릴 때이다. 공무원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야만 주민에 대한 질 높은 행정서비스도 펼칠 수 있다. 젊은 공무원들이 공복으로서 소명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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