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경 (전 광주일보 편집부국장)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나라가 조용한 날이 없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당선된 탓에 지지층 간 '뒤끝 작렬'에다 국회마저 여소야대여서 정치권은 날마다 전쟁통이다. 국민의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다.

윤 대통령 집권이 2년이 채 못 되었지만 국정 지지도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부정 여론은 60%를 넘나든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집권 1년 차 2분기에 37%(한국 갤럽 조사)의 지지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진보-보수 간 극심한 진영 대결을 펼쳤던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루며 진영 갈등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집권 1년 차 1분기 지지도가 62%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역시 진보의 계승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시기 40%를 기록했었다.

그렇다면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우선 선거 전과 취임 이후 본인의 잦은 설화와 꼬리를 물고 있는 김건희 여사 의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등 친일본 외교, 대북 강경 대응, 친 기업정책과 서민경제 침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등 부정적 요인이 속출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시대정신'과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정치 방향과는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고집 탓으로 여겨진다.

역시 차점자와 근소한 차로 당선됐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 진영을 아우르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은 국정 초점을 시대정신에 꿰었던 것이 주효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고질병을 '남북과 동서 갈등', '계층·지역 간 격차'로 진단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처방을 내려 실천하려는 노력이 진영 간극을 메워 초반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달랐다. 대선 지지층의 구미에만 맞추려다 보니 미국 편향 한반도 외교 정책을 선택했고, 이에 따른 친일본 외교로 대중 정서와 정면 배치됐다. 국내 정치 역시 국민 다수를 포용하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국정 지지도는 대선 당시 콘크리트 지지층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의 요구와 거꾸로 가는 정치의 폐해는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군수, 지방의원들이 주민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자질 부족도 모자라 감투싸움만 벌인다면 유권자의 불신과 냉소를 불러오고, 마침내 지역침체로 이어진다. 결국, 나쁜 지방정치는 되레 지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독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아직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해 항상 지역은 열세에 놓여 있다. 지방 행정과 의정은 빈약한 예산과 한정된 의사 결정 권한으로 한계에 직면하기 일쑤다. 따라서 지방 선출직 공직자들에게는 더욱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과 협업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서글프게 지방정치의 현실은 정반대다. 아직도 공직자 간 권력 서열의식이 확고하고, 상급기관에 대한 위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줄서기'는 지역 갈등과 퇴행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지역 정치인들도 이제부터는 '소신'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국정 흐름과 중앙 부처의 정책을 파악하고, 이를 지역에 적용해 유권자의 권익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유권자 지지'라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돼 굳이 누구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이처럼 진정한 지역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금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정치해야 하는지를 되새겨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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