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관 쌀전업농 해남군연합회장, 국무총리상
전국 고품질 쌀 선발대회서 전남 최초로 수상
1200평에 새청무 품종 심어 완전미 도전 결실
내년부터 자체 브랜드 '강호미'로 전국에 출하

▲'전국 고품질 쌀 선발대회'에서 전남 최초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마산 이승관
▲'전국 고품질 쌀 선발대회'에서 전남 최초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마산 이승관·최춘자 씨 부부.

"퇴비와 우렁이로 벼를 재배한 친환경농법의 수확량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관행농법과 차이가 없어 스스로 놀랐습니다. 인건비와 생산비가 치솟은 상황에서 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고품질 쌀 생산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관(63) 한국쌀전업농 해남군연합회장이 2023년산 벼의 품질을 평가한 '제26회 전국 고품질 쌀 생산 우수 쌀전업농 선발대회'에서 해남 농가 대표로 새청무 품종을 출품해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지난달 17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시상식을 가진 이 대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사)한국쌀전업농중앙회가 주관해 해마다 열리고 있으며, 쌀 품질 평가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행사이다. 이 회장의 국무총리상 수상은 해남은 물론 전남에서도 처음이다.

이번 시상은 전남 8개 군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48명의 농가가 출품한 쌀을 심사위원들이 잔류농약, 식미(밥맛), 외형, 품질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졌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충북 충주) 수상작도 새청무 품종이었으며, 이 회장은 식미에서 근소한 차이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새청무쌀은 전남농업기술원이 7년에 걸쳐 육성한 품종으로 쌀알이 투명하고 단단해 밥을 지으면 찰기가 돌고 식감이 쫀득한 것이 특징이다. 전남 벼 재배면적의 52%를 차지하는 대표품종이다.

이 회장은 23ha 논에 벼를 재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 정도가 새청무 품종이다. 그는 올해 1200평(6마지기)의 논에 새청무를 심어 깨진 쌀알이 없는 특등급의 완전미 도전에 나섰다. 비료와 농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대신 축사에서 나온 퇴비와 우렁이 농법을 고집했다. 덕분에 올해 확산된 이화명충 피해도 없었다. 또한 새청무 품종은 분열이 많아 물 관리가 중요한 만큼 여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친환경농법의 결과에 스스로 놀랐다. 수확량이 관행농법에 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정수율이 74% 이상으로 일반벼보다 2%포인트 높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수익도 높아졌다.

군대에서 전역한 1984년 농사를 시작해 올해로 40년째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영농일지도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이번 국무총리상 수상으로 자체 브랜드로 쌀을 유통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자신의 호를 따 강호미(康護未)로 쌀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친환경농업으로 고품질 쌀 생산에 기여한 공로로 여러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2020년 고품질 쌀 부문 해남군 농업인 대상을 비롯, 2021년 전남도 농업인 대상을 받았다. 앞서 2018년에는 농협중앙회의 이달의 새농민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축산업에도 도전했다. 지금은 강호농장에서 86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지만 출발은 힘들었다. 송아지 11마리가 각종 질병으로 폐사한 것이다. 이런 경험에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2020년 순천대 미래융합대학 동물생명산업학과에 입학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도 매주 월,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 집에 오면 밤 12시 30분이다.

이런 향학열이 우량 소 사육의 기반이 되고 있다. 8개월 된 수송아지는 보통 400만원대 초반에 출하하지만 그의 소는 더 높게 팔려나가고 있으며, 축협이 실시한 컨설팅에서 암소 59두에 대한 유전체 능력이 평균 상위 20%보다 높은 39%로 나왔다. 축산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볏짚을 사료로 활용하고 축사에서 나온 퇴비가 친환경농업으로 선순환하는 것이다.

이 회장에게는 40년 가까이 전업농의 동반자인 부인 최춘자(61) 씨를 비롯해 자녀 모두가 전남대에서 농업계열을 전공한 특별한 가족 이력을 갖고 있다. 큰딸이 응용식물학부, (주)우성사료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이 축산학과, 며느리가 육종학과를 나온 것이다. 아들이 원한다면 농사일을 물려주고 싶다.

그는 한국쌀전업농 해남군연합회장을 4년째 맡으면서 친환경농법 전수에도 힘쓰고 있다. 65세 이하 회원이 1115명인 해남연합회에는 20대, 30대 젊은 층도 많다. 이들에게 여러 자리에서 노하우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 회장은 "인건비와 생산비는 뛰고 쌀값은 다시 20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어려운 쌀 농가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줄이고 수확은 올리는 고품질 생산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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