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

지난달 21일 산이농협 2층에서 '재생에너지와 해남미래발전 포럼' 행사가 열려 갈등 해결 방안과 이익공유 방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1부 발제는 진행되었으나 2부 지정토론 등 토론회는 하지 못하고 참가자 몇몇의 개별 발언만 들었다. 나는 지정토론자로 2부 행사에 토론자로 발언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그때 못한 발언을 지면을 통해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준비과정의 미숙함은 행사를 주최한 해남군의 명백한 잘못이다. '보여주기식 아니냐, 준비되지도 않은 행사를 강행해 놓고 차후에 주민과의 소통을 노력한 자료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산이 주민들의 발언과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 산이 부동지구 대단위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 산이면민들 입장에서는 행정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J프로젝트, 해군기지, 솔라시도, 타작물 재배 등에서 간척사업의 피해 당사자인 산이면민들은 계속 자신들이 경작하던 농지를 빼앗기기만 했기 때문이다.

행정은 성과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ESG산단, 데이터센터, 화원 풍력지원 산단과의 연계, 배후 2만 도시 건설. 전남도와 해남군이 산이면민들과 해남군민들에게 내놓고 있는 청사진에 나오는 멋진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들 단어를 정책화하는 과정에 산이면민이나 해남군민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첫 단추가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지 않고 행정이 결정해서 주민들에게 설명한다는 방식으로 끼웠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특히나 바다를 막아 식량을 증산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그 땅을 경작하게 해주겠다는 정부 약속은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는데 또다시 내가 경작하는 농지만 빼앗길 것 같은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위에 언급한 멋진 단어들이 과연 피해가 예상되는 산이면 주민들에겐 어떤 단어로 들릴까?

첫 단추는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에 왜 화석연료를 탈피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남군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어야 한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인류 생활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제적 논리만으로 접근하다 보니 현재는 '과연 산단이 가능해? 배후도시가 가능해?' 정도만 남았다. 과연 가능한지는 지금 사업을 추진 중인 전남도와 해남군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다. 당위가 없어진 대규모 사업은 결국 피해 주민을 설득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논의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와 같이 오해를 살 수 있는 해남군 주최 포럼은 잠시 멈췄으면 한다. 민관협의회가 꾸려지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행정이 짜놓은 일정대로 흘러갈 것이고 결국 우리만 땅을 빼앗긴다. 이후 모든 일정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산이면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포럼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현재 추진 중인 부동지구 대규모 태양광 사업은 주민 수용성이 핵심이라고 한다. 만약 추진하고자 하는 행정이 주민들을 찬반으로 나눠 갈등을 일으킨다면 책임질 수 없는 정치적 위험을 누군가 감수해야 한다.

지역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도리어 발전을 훼손할 수 있다면 멈추고 긴 호흡을 쉬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전남도, 해남군, 산이면대책위, 해남주민이 참여하는 논의 또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보자. 농민회에서 이 단위를 주선할 용의가 있다.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기 이전에 이 단위에서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쟁점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서 해남군의 미래를 해남군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져보자. 만약 쟁점 해결이 어렵고 행정이 주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사업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방식이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짜여진 전망과 일정에 해남군민을 꿰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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