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회가 2회 추경안 심의에서 삭감했던 예산들을 3회 추경안 심의에선 결국 부활시켰다. 이로써 이미 승인했던 사업에 대한 잔여 예산을 삭감하면서 불거진 파장이 일단락됐다.

해남군은 지난 9월 임시회 2회 추경안 심의에서 삭감됐던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 토지매입비, 군민광장 분수대 등의 잔여사업비를 3회 추경안에 다시 편성해 군의회에 제출했으며 군의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삭감 당시 군의회가 내세웠던 낮은 경쟁력, 과다한 토지매입비, 국비 확보 등에 변화는 없었지만 삭감에 찬성한 의원들이 이번엔 입장을 180도 바꿨다.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의 경우 총무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 등 3회 추경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본회의 투표결과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원이 10명, 삭감해야 한다는 의원이 1명으로 소수의견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83일 만에 입장을 선회한 군의원들의 오락가락한 심의 기준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의 경우 진도군에 있는 대형 숙박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김치원료 공급단지의 경우 토지매입비를 낮춰야 한다며 강하게 예산 삭감을 요구했던 의원들도 입장을 바꾸면서 '군정 발목잡기'임을 드러냈다.

의회에서 승인한 사업의 잔여사업비를 삭감하는 것은 의회 심의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며 해남군의회 최초로 상임위원장이 사임계를 제출했던 사건도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해프닝 아닌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예산 의결권을 갖는 군의회로서는 앞으로도 예산 삭감에 따른 논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칙을 바탕으로 중심을 세우고 휘두르는 칼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해남군은 중단될 위기에 놓였던 사업들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돼 한시름 덜게 됐다.

예산 삭감 이후 군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설득했던 해남군은 이젠 사업이 당초 목적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삭감된 예산이 부활한 만큼 군의회에서 제기됐던 우려 또한 종식될 수 있도록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점검할 필요도 있다.

이번 예산 삭감 파동이 더 성숙한 의회, 더 꼼꼼한 집행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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