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서울-제주 고속철 첫 토론
1차로 나주-해남-완도 방안 제시
노선별 타당성·KTX 필요성 알려
전략·지역 열정·정치권 노력 관건

▲지난 17일 우슬동백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에 6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17일 우슬동백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에 6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에 앞서 내외빈이 단상에 올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에 앞서 내외빈이 단상에 올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해남과 완도를 거쳐 제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 구축 필요성을 알리고 추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해남에서 처음으로 마련됐다.

지난 17일 우슬동백체육관에서 윤재갑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해남군과 완도군이 주관한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가 'KTX 타고 제주가자!'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열린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 인사와 주민 등 600여 명에 참석해 지역의 현안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토론회에서는 해남을 경유해 제주로 이어지는 KTX 프로젝트가 오는 2025년 6월께 확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사업기간 2026~2035년)에 반영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전략과 함께 정치권과 지역에서의 노력,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또한 1단계로 나주~해남~완도 구간을 우선 추진하고 2단계로 완도~제주 간 해저터널 연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윤재갑 의원은 "해남, 완도, 진도는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췄으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인구감소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제주로 가는 KTX가 구축되면 신재생에너지 등 장비산업의 활발한 유치로 소득향상과 인구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KTX 프로젝트 실현에 민관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KTX가 개통된 목포와 여수를 보면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졌으나 전남의 남부권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남을 경유한 제주 간 고속전철 구축을 위한 노력에도 반영되지 않았으나 5차 계획에는 반드시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는 이런 당위성을 설명하고 군민에게 알리며 함께 해나가자는 취지"라며 "한반도 최남단이자 유라시아 시작점인 해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신우철 완도군수는 "해남, 완도, 진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관광자원을 갖추면서 관광객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에서 5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재방문을 하지 않는 게 큰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시곤(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서울~제주 고속철도사업 재평가 및 추진전략'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강승필 대중교통포럼 회장이 좌장을 맡아 5명의 패널이 종합토론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 및 토론, 주민 건의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김시곤 교수, 추진전략 주제발표

△주제발표=서울~제주 KTX 구축은 서울~광주송정역을 기본으로 하고 건설 중인 광주송정역~무안공항~목포 임성역을 거쳐 해남, 완도로 가는 방안, 광주송정역~나주역을 거쳐 해남, 완도로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그동안 국토해양부, 전남도, 완도군이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 말 실시한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성을 말해주는 B/C(비용 대비한 편익)가 0.7점대로 낮았다. 전남도가 6년 후인 2017년 말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는 임성리를 거친 구간의 B/C가 0.894(통행량), 0.909(실측 보정)로 높아졌으며, 완도군이 2021년 실시한 1단계(호남~완도) 조사에서는 B/C가 0.87(차량구입 제외), 0.84(차량구입 포함)로 나왔다.

오늘 발표는 이미 수행한 연구 결과와 도로 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나주를 거치는 3개 노선 대안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1안은 나주~강진~해남~완도(91.4㎞), 2안은 나주~무안공항~영암~해남~완도(113.4㎞), 3안은 나주~무안공항~임성리~해남~완도(112.9㎞) 구간이다. 이들 안에 대한 경제성 분석 결과 2안의 B/C가 0.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안도 0.94이나 소수점을 포함하면 두 번째, 1안은 0.86으로 나왔다. 여기에다 정책적 분석을 가미한 장단점을 보면 1안은 통행시간이 최대 20분 단축되나 구간 신설로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고 주요 도시와 무안공항 접근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2안은 임성리~영암 구간 단선만 추가하기 때문에 공사비를 최대로 절감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반면 통행시간이 최대 20분 이상 늘어난다. 3안은 호남고속철 2단계 복선 활용시 공사비 절감과 무안공항 접근성이 양호하지만 임성리~해남 구간 정차역이 없어 단점으로 꼽힌다.

해남, 완도 고속철도망이 구축되면 서울에서 약 2시간 10분이면 도착이 가능하게 되고 광주~완도간 고속도로와 시너지 효과로 주민의 삶이 향상되고 국민 이동권이 보장된다.

이와 함께 기반시설 확충,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 경제 활성화로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남~제주 고속철 건설을 위해서는 오는 2025년 확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1단계로 나주~해남~완도 구간을 하고, 2단계로 완도~제주 해저터널을 추진해야 한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명쾌한 논리, 시도민 관심, 정치인 노력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뛰어야 한다. 유관 학회와 학술대회, 대규모 행사유치 등도 필요하다. '울지 않는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는다'다는 말이 있다. 국회에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지역 출신들이 삭발투혼도 해야 한다. 철도망 계획은 광역지자체가 요구하도록 되어 있으니 전남도가 나서도록 적극 노력하고 추진위원회 결성 등도 필요하다.

5명 종합토론자로 나서

△종합토론=좌장을 맡은 강승필 대중교통포럼 회장은 "오늘 분위기를 보니 실현될 것 같다. 지금이 출발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첫 토론에 나선 신순호 목포대 명예교수는 "제주의 주요 교통수단은 항공기이지만 제주공항에서 매년 40~50일은 날씨 때문에 발이 묶이고 있고 제2공항이 건설돼도 이런 근본적인 불편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반면 철도는 안전성과 정시성의 장점을 갖춘 교통수단의 총아"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는 변화를 기피하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고속철 구축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공항의 한계성과 고속철도망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논리를 세우고 국가전략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연규 삼보기술단 사장은 "철도망은 기술적 검토가 이미 끝났고 해남과 제주의 협의만 이뤄지면 되고 민자유치도 가능하다"면서 "제주는 물만 빼고 다른 물자는 육지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철도는 안정적인 물류 수송 수단이어서 이런 점을 부각하면 제주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차 구축계획 당시에는 국토부가 추진했지만 서귀포에 들어서는 제2공항 문제로 제주에서 찬성하지 않았다"면서 "이젠 2공항도 결정되었기 때문에 호남내륙을 먼저 추진하고 2단계로 해저터널 구축을 한다면 제주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임광균(한국철도학회 호남지회장) 송원대 교수는 "항공에서 4시간 벽이라는 게 있어 철도와 경합할 때 4시간 이내 소요되면 철도가 우월하고 그 이상이면 항공이 우월하다"면서 "서울~제주 고속철은 결코 4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균형, 호남철도 소외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박석희 해남군 건설도시과장은 "해남에 고속철도가 더해진다면 전남의 남부권은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은 산업과 관광, 교통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했고, 김진원 완도군청 건설과장은 "1단계로 서울~해남~완도 구간이 5차 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중앙부처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지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중국 상하이 포함 제안 

△주민 건의=토론회 말미에 3명의 참석자가 건의를 하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병근(황산면) 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귀촌한 지 12년째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한다"며 "해남~완도 고속철이 하루빨리 건설되어 지역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광양시청 교통과장은 "해남과 완도를 경유하는 서울~제주 고속철이 구축되면 전남 동부권과 영남권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수혜 대상이 서울과 전남만이 아니라 영남권을 포함해 널리 알리면 경제성도 올라가고 많은 국민이 관심과 지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기(산이면) 씨는 "프로젝트 추진에는 서울~제주 타이틀도 좋지만 중국 상하이도 포함하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상하이~인천~서울~제주 구간의 타이틀을 갖게 되면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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