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명 (해남YMCA 사무총장)

지난 10월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전국의 청소년 지도자들이 모여 '청소년 예산 삭감 철회 촉구 범청소년계 공동행동' 집회를 열었다. 좀처럼 단체행동을 하지 않았던 청소년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청소년 활동 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얼마 되지 않는 예산 상황에서도 헌신을 다해 청소년 활동을 전개해 왔던 청소년계는 여성가족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활동 예산은 여성가족부가 관장하고 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활동 장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부서이다. 그러나 현재 여성가족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새만금 잼버리 파행, 여가부 장관의 사표 제출 및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 여성가족부는 혼란의 연속이다.

이런 와중에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정책 예산 6개 사업 중 청소년 국제교류지원, 청소년정책 참여지원, 장애·학교 성인권교육 등 3개 사업이 전액 삭감되었다. 나머지 3개 사업도 삭감 및 동결 되었다. 2024년도 청소년활동지원 예산이 올해 본예산 기준 대비 38억원 가량 전액 삭감한 것이다. 정말 코 묻은 돈 뺏어가는 것도 아니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올해 6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촉진하겠다며 학교 교육과 연계한 청소년 활동프로그램 2000개 운영, 청소년활동 디지털 플랫폼 구축, 소규모 청소년 활동공간 120개 운영,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확대, 청소년 서비스 복합화 등의 '약속 2호'를 발표하였다. 청소년 활동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예산을 삭감하며 스스로를 부정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러한 결정들이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별다른 경각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으면 한다. 각종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댄스와 노래, 악기 연주 등으로 흥을 돋우는 청소년어울림마당은 한 해에 7번 군민광장 야외무대 또는 청소년들이 모이기 좋은 곳에서 진행된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연습을 반복한다. 자칫 좋지 않은 길로 갈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건전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해남군의 청소년 정책에 '청소년 안심귀가 택시'를 제안하여 안전하고 편리한 귀가를 이끌어냈던 청소년참여위원회도 사라지게 된다. '중앙정부의 일이라서, 애들 일이라서,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들이 청소년 활동을 위축되게 만든다.

청소년 사업은 대부분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중앙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그렇다 보니 용혜인 의원실에서 조사한 2024년도 17개 광역시도 청소년활동 사업 전망도 대부분 회의적이다.

원점으로 되돌리기에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그렇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들이라면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정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집회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중학교 1학년 학생의 발언을 적어본다.

"크롬북이라는 수업에서 자료도 찾고 그러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컴퓨터 같은 것을 학교가 내년도에 돈이 없다고 해서 못 받을 뻔했다. 그래서 학생회에다 건의를 넣었더니 교육 예산이 줄어서 그것을 받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저희는 알고 있다. 학교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무능한 정부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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