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쿠데타 이후 사라진 지방의회가 1991년 30년 만에 부활하고 또다시 32년이 지났다. 지방의회가 한 세대를 훌쩍 넘긴 궤적을 밟으면서 지방의원의 역할은 커지고 위상도 높아졌다. 그렇지만 지방의원들이 그 위상에 걸맞는 처신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근 해남군의원들이 보인 행태는 지역민에게 민망함을 넘어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이달 초 해남미남축제장에서 내년 총선에 나설 유력 주자와 막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위 상한다며 군의원들이 행사도 시작하기 전에 집단으로 빠져나갔다. 그런가 하면 일부 군의원들은 어느 총선 유력 주자의 수행비서를 자처하며 졸졸 따라다닌다. 이는 물론 차기 공천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고 하지만 그를 뽑아준 유권자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자명하다. 다만 이런 군의원들의 행동을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기도 애매하다.

그런데 어느 한 군의원의 안하무인 행태는 군민이나 사회단체의 이름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박종부 군의원은 국유지인 농어촌공사 소유의 땅에 버젓이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고 수년간 사적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무단점용료를 부과하고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그동안 점용료 납부와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네 차례나 보낸 것이다. 해남군도 문제가 된 땅이 농지인데도 허가를 받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해 농지법 위반이라며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고 철거와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어떤 믿는 구석이 있는지 몰라도 이런 행정명령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최근에도 보란 듯이 '배짱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속된 말로 배 째라는 식의 몰염치한 행태이다.

박 의원은 나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해당 토지를 구매할 조건으로 점용했으나 매입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점용료 부과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해명은 결코 불법 행위를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일반 군민이 비슷한 불법적 행위를 하고 행정처분을 받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대부분은 그 처분에 따랐을 것이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군의원의 이탈행위나 군의회의 엇나간 방향에 대해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여전히 이런 비위가 스스럼 없이 이뤄지는 것은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일 수 있다. 여기에다 공인의 불법 행위에 대해 해당 기관은 엄정한 법의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공인은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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