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
생산량 급감에 경매가격 상승
어란어민 소득 없어 생계 막막
무면허 양식 신고 등 민원 예고
어업권 협의 핵심은 '권한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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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어민들이 어란위판장에서 물김 경매에 부쳐질 물김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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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 어란어민들이 어업권 문제로 만호해역에서 김 양식을 하지 못하자 해남군수협 어란위판장의 물김 위판 규모가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김 생산량 부족으로 경매가는 뛰면서 전체 위판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김 양식을 못해 심각한 생계위협에 처한 어란어민들은 오는 20일께부터 진도 어민들의 무면허 양식 등에 대한 민원활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양측 어민 간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어란위판장 물김 위판=어란위판장은 만호해역을 비롯 동현, 어불 등의 김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물김이 경매에 부쳐지는 곳이다. 해남군수협이 운영하는 7개 위판장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이곳에서 2024년산 위판은 고수온에 따른 채묘가 지연되면서 지난해보다 5일 늦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물김 위판은 조생종인 곱창김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반김도 3~4일 전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위판실적은 687.6톤(20㎏들이 5730포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88.2톤(1만3235포대)보다 900.6톤(56.7%)이나 급감했다. 올해는 만호해역에서 물김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경매단가는 크게 올라 전체 위판금액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현재 위판금액은 10억800만원으로 지난해(11억2500만원)보다 11.6% 감소에 그쳤다. 이는 올해 포대 당 위판가가 평균 17만6000원으로 지난해 8만5000원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어란위판장 관계자는 "2024년산 물김의 품질이 전년보다 우수하지 않지만 생산 물량이 크게 줄면서 경매단가가 올랐다"면서 "줄어든 위판물량은 고스란히 만호해역 김 양식이 중단된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란어민 생계 막막=진도와 어업권 문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만호해역 1370ha에서 김 양식을 해오던 174어가는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 가운데 만호해역에서만 김 양식을 해오던 30, 40대 젊은 어민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만호해역 김 농사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자연포자도 이뤄지지 않아 일거리를 잃었다. 일감이 사라지자 외국인 등 근로자도 속속 떠나고 송지 면소재지인 산정의 경기가 썰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란어민들은 오는 20일께부터 무면허 양식 실태를 행정당국에 신고하는 민원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유진규 만호해역 대책위원회 총무는 "김 농사를 하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은 젊은 어민들을 중심으로 진도어민들의 무면허 양식 등에 대한 민원제기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금 상황은 물리적 충돌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격앙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양식을 못해 소득이 끊긴 어민들은 수협의 대출금 이자 갚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현재 어란어민들이 해남군수협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100억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김 양식을 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 납부에 큰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그렇다고 수협 차원에서 당장 이자 납부유예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여의치 않다.

해남군수협 관계자는 "수입이 끊긴 어민에게 이자 납부유예 등의 방안을 수협 자체적으로 하기 어려우며 어업권 문제 해결 상황을 보고 해남군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업권 협의 어떻게 되나=해남과 진도의 어업권 협의에서 핵심은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 여부이다. 진도 측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관할권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진도가 갖고 있는 면허처분권과 해상경계에 대한 이의가 없음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해남군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지난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 절차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기 때문에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따라서 추후 재청구 여지를 남겨놓았다.

진도의 이런 요구는 해남 어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도 10년마다 면허를 경신하거나 연장해야 하는데 무조건적인 재청구 포기는 지속적인 김 양식을 불확실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민들이 앞날에 대한 걱정 없이 양식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양측의 중재에 나선 전남도의 입지가 좁아졌다. 진도에서 어민들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해 전남도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감사청구 내용은 전남도의 중재안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고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감사 결과에서 주의 등의 조치가 나오면 도에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3일 해남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한 발언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지사는 "어민 생계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성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반작용이 있어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강요가 아닌 순리로 머리를 맞대고 얘기해보자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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