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값 뛰고 병충해 수확 감소
생산비 외면한 '정부만의 목표'
'농업인의 날'내일 서울 집회

산이면에서 4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정거섭(59) 씨. 최근 수확을 마치고 한 영농조합에 벼 납품을 마친 뒤 다음 달에 납품대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얼굴이 어둡기만 하다.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20만원을 넘었다고 정부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정작 산지 벼값은 40kg 한 가마에 6만원 안팎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거섭 씨는 "산이면의 경우 특히 올해 깨씨무늬병과 잎마름병 등 병해충이 심해 쭉정이가 많아 수확량이 30% 이상 줄었다"며 "농자재값과 비룟값, 유류값, 인건비 폭등에 병해충으로 방제 약품 비용도 크게 늘었는데 소득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판이다"고 말했다.

다른 농가들도 울상이다.

최근 농협에서 산물벼 수매가 이뤄졌는데 산이농협에서는 선지급금으로 농가에 5만5000원이 주어졌고 황산농협과 화산농협은 5만7000원, 옥천농협은 6만원이 주어졌다. 다음달 시중 가격에 단가가 결정해 차액분이 주어지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잘해야 6만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 미곡처리장도 벼 매입가가 6만원대 아래로 떨어져 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산지 벼값은 추석 전에 7만원까지 올랐지만 계속 떨어져 지금은 6만원 안팎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김영동 전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정부가 입만 열면 쌀값이 오른다고 하고 80kg 쌀값을 20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언제 공공미를 방출할지 몰라 벼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농민들을 위해 제역할을 해야 하는 농협들도 가격하락을 막지 못하고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쌀을 만들려면 도정비와 포장비 등 비용이 더 들어가고 원료곡(벼)이 40% 정도 더 필요해 80kg 쌀 한 가마가 20만원이라면 이를 벼로 환산할 경우 40kg에 최소 7만2000원이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쌀값이 25만원 이상이 되든가 벼값이 7만 이상이 돼야 그나마 수입이 나는 상황인데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우며 쌀값 20만원 유지만 외치고 있어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쌀생산자협회가 발표한 2023년 쌀 생산비 조사 결과는 농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쌀협회가 계산한 올해 200평(한 마지기) 쌀농사 생산비는 82만3750원이다. 농기계 작업비, 거름비, 차량 유류대, 인건비, 제초비, 토지임대료 등을 망라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수매가격을 벼 40kg 기준 6만2000원으로 가정하면 한 마지기에 40kg 11개 포대가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은 68만2000원에 불과해 결국 한 마지기당 14만1750원의 적자를 보게 되는 셈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해마다 수입쌀 40만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값이 조금만 오르려 하면 공공비축미 방출로 가격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식량주권은 내팽겨치고 농민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반농정책만 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농업인의 날인 11일 농민 1만여 명은 서울에서 농업파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농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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