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원장 셰프복 입자 "특별대우 아니냐"수군
김석순 의장 등 일부 의원 행사 이전 빠져나가 '찬물'
"내년 총선 후보 진영 간 곪은 고름이 터진 것"뒷말

지난 4일 해남미남축제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세계인과 함께하는 515 김치 비빔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석순 해남군의장 간 다툼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다툼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윤재갑 국회의원 측과 박지원 전 정보원장 측이 맞붙은 모양새로, 민주당 유력 후보 진영 간 쌓이고 곪았던 고름이 터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김석순 군의장을 비롯해 상당수 군의원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비빔행사도 참여하지 않은 채 미남축제장을 빠져나갔으며 이로 인해 달아오르던 행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행사의 공식 초청자가 아닌 박지원 전 원장이 행사 초청자에게만 제공된 셰프복을 입으면서 불거졌다. 박 전 원장과 함께 미남축제장을 돌던 A 군의원이 행사 주최 측에 박 전 원장의 셰프복을 요구한 것. 하지만 박 전 원장은 공식 초청자가 아니다 보니 셰프복이 준비되지 않아 거절됐지만 A 군의원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 다른 내빈의 옷을 입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보고 행사 시작을 앞두고 모여 있던 일부 군의원들 사이에서 초청자도 아닌데 셰프복을 입은 것이 맞느냐는 등 이야기가 흘러나와 박 전 원장의 귀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이에 박 전 원장이 김석순 군의장에게 다가가 "나도 민주당 고문이네", "그렇게 하면 안 돼" 등의 말을, 이를 들은 김 군의장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냐", "말을 좋게 하시라" 등으로 맞받아치며 언쟁이 벌어졌다.

김 군의장과 박 전 원장은 예전 민주평화당에 함께 몸담으며 선거를 치렀던 인연도 있었지만 김 군의장이 지난해 열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당선된 만큼 지역 내에서는 윤재갑 의원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찰이 빚어지자 김 군의장을 비롯해 박상정·민홍일·민찬혁·이기우·이상미 군의원 등이 행사 참여를 위해 입었던 셰프복을 벗고 미남축제장을 나갔다고 한다. 박 전 원장은 민경매·박종부 군의원 등과 비빔 행사에 참석했고 이성옥 군의원은 셰프복은 벗고 비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행사장에 남아있었다. 당시 서해근 부의장은 차가 막혀 이 사태 이후 행사장에 들어왔고 김영환 군의원은 행사장에 없었다고 한다.

이날 행사장을 나간 군의원들은 다음날 열린 미남해남 떡국나눔 등의 행사에는 참석했다.

이 문제는 지난 6일 열린 의원간담회까지 이어져 미남축제를 주최한 해남군의 의전 문제로 화살이 돌려졌다.

이기우 군의원은 "행사에 맞지 않는 분이 셰프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과감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고, 민홍일 군의원은 "의전 매뉴얼이 있고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 한 명 한 명을 똑같이 대우하든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해근 군의회 부의장은 "행사에 초청하지 않은 사람이 오는 등 변수도 있지만 의전에 있어 보편성·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군의원들도 있었다. 또한 미남축제 결과보고가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대부분 의전에 대한 질의만 이어져 안건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미남축제 안건은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의회에서 급하게 군에 요청해 의원들도 이날 오전에서야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성옥 군의원은 "어제 끝난 미남축제에 대한 집행부 총평도, 데이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안건으로 올라 온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으며 의전에 대한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국회의원이 참석 못하면 관례적으로 부인을 소개하는 것도 매뉴얼에 없는 내용으로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상황에 맞게 의전이 이뤄지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의원 개개인이 대의기관으로서 의장과 있었던 상황이라고 해 의회로 비유하지 말아야 한다"며 "개개인 간의 사정이 있었더라도 초청된 공식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간 것이 문제다"고 덧붙였다.

박종부 의원도 "의전이 의원간담회에 올라올 일이냐"며 일부 의원들이 미남축제장을 나간 것에 대해 "군민들 앞에서 무얼 잘한건 지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의전에 대해 상급기관 등에 컨설팅도 하고 의전에 있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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