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해남문예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이례적으로 '퇴진'과 '탄핵'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집회도 아닌 희생자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유족들의 분노 섞인 함성이 나온 것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망언 때문이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최근 '한국전쟁 같은 전시하에서는 적색분자와 빨갱이를 재판 없이 군인과 경찰이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람이 전쟁 범죄를 옹호하고 민간인 학살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발언 내용도 근거가 없다. 한국전쟁 중에도 군사법원이 각 지역에 설치되었고 민간인에 대한 재판이 이어졌으며, 진실화해위원회도 지난 2010년 한국전쟁 당시 작전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재판없이 즉결처분된 군인 사건에 대해 반인륜적 인권유린행위로 위법하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해남에서는 한국전쟁 전후로 국군과 경찰, 우익청년단에 의해 2500~3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인정받은 피해자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 자녀들에게 해가 될까봐 진화위에 조사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진화위 결정문을 받은 유족 상당수도 당연히 국가가 알아서 보상이나 배상을 해줄 것으로 알고 기다리다 소멸 시효에 막혀 소송을 통한 배상 기회도 사라진 상황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가가 죽일 수 있다는 진실화해위원장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공식사과와 함께 사퇴해야 한다. 이런 망언이 이어진 것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규명과 보상이 더디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만들어 진실규명과 유골 발굴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소멸 시효나 소송과 상관없이 피해자들에게 일괄 배상을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유족들이 외친 사퇴와 탄핵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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