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삼산면민의 날 행사에서 국회의원과 군의원 간의 막말을 주고받은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해남미남축제장에서 정치인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해남미남축제의 주요 행사의 하나인 515 김치 비빔행사가 열린 지난 4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초청자에게만 제공되는 셰프복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박 전 원장을 수행하는 한 군의원이 주최 측에 몇 차례 셰프복을 요구해 다른 인사의 옷을 받아 입도록 한 것이다. 일부 군의원 사이에 문제가 제기되자 박 전 원장이 김석순 군의회 의장에게 "나도 민주당 고문" "그렇게 하면 안돼" 등 훈계성 발언을 했다. 이에 김 의장이 "말을 좋게 하시라"며 맞받아치며 설전이 오간 것이다.

마찰을 빚자 김 의장을 비롯 몇몇 군의원들이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썰물처럼 축제장을 빠져나갔다. 행사장을 벗어난 군의원들은 모두 윤재갑 국회의원 진영으로 분류된 의원이다. 윤 의원 측과 박 전 원장 측이 맞붙은 꼴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신경전이라고 봐야 한다.

축제장을 빠져나간 해남군의원들은 박 전 원장을 향해 위압적인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는 두 명의 도의원과 완도군의원들이 가세했다. 이들 의원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이 "줄 똑바로 서", "두고 볼거야" 등 발언을 행사장이나 전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9단'이라는 노련한 박 전 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해남군의원은 유권자에 의해 선출된 군민의 대표이다. 다시 말해 군민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박 전 원장은 응당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군의원들도 해남에서 가장 큰 축제인 미남축제장에서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빠져나간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아무리 정치적 행위라 할지라도 공적인 신분을 망각한 행위이다.

요즘 이름 있는 행사장에는 내년 총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미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민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을 알리는 행동이야 뭐라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도 숱한 행사에서 대립각에 있는 인사들이 만나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바란다면 품위를 지키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최소한 해남에서만이라도 축제나 행사장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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