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9월 창립한 해남군농민회가 올해로 33년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 현실은 출범 당시와 변한 게 별로 없다.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소득은 호당 948만원으로 2000년 1089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농업소득이 급감한 이유는 쌀값 등 농산물값은 하락한 반면 비료와 사룟값 등 영농비는 폭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농산물은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채 물가 안정을 핑계로 무관세 농산물 수입을 더욱 늘리고 있다. 또 틈만 나면 비축농산물을 시장에 방출하며 농산물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각종 병해충과 재해까지 늘면서 농업 소득은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농업소득은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을 말한다. 소득이 없으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상황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33년간 수천, 수만 명의 농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해남군농민회의 깃발 아래 모였다. 저수지 물을 사용하는 데는 그만큼의 수세를 부담해야 했고 고춧값은 곤두박질치고 수매도 거부당했다. 이에 해남 농민들은 수세 폐지 투쟁과 고추 제값 받기 투쟁에 나섰고 이는 해남군농민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해남군농민회는 그동안 쌀개방 저지, 수입농산물 저지, WTO, FTA 반대 투쟁 등 신자유주의 농정 반대 투쟁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또 농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지원을 요구하며 직불금을 주장해 현재 공익직불이 확대됐고 해남에서는 농민수당이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통일농업 실현에도 항상 앞장섰다.

해남군농민회가 지난한 세월에 그린 그림은 농민생존권과 민주화, 통일농업 실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짐은 여전하다. 그 다짐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남군농민회는 흔들림 없이 앞장서야 한다.

지난달 31일 해남군농민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가 반농업 정책을 폐지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30년은 또 이렇게 시작됐다.

농민이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받고 농업이 지속가능한 사회가 돼야 한다. 농민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남군농민회의 앞으로 30년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