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육원 뒤 5000그루 벌채
베는 이유·실효성에 의문 제기
일부 "탄소중립 정책 정면배치"

▲'산불예방 숲가꾸기' 대상지에서 벌채가 무분별하게 이뤄져 나무 대신 황토흙만 드러나 있는 상태다.  
▲'산불예방 숲가꾸기' 대상지에서 벌채가 무분별하게 이뤄져 나무 대신 황토흙만 드러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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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육원 뒤 금강산에서 벌채돼 곳곳에 쌓여있는 나무들. 

해남군이 산불 취약지역에서 숲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밀식돼있는 나무를 베어내는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공감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해남군은 해남읍 전남학생교육원 뒤 금강산 내 40ha를 대상으로 1억1000여 만원을 들여 지난 12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여 동안 산불예방을 위한 숲가꾸기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산림청에서 이곳이 산불취약지역으로 지정되자 산 소유주인 전남도교육청의 동의를 얻어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최근 본격적으로 나무 베기에 나서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을 5m 정도로 해 벌채에 나서면서 5000그루의 소나무 등이 베어질 예정인데 산 곳곳에 벌채된 나무들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지난 4월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피해도 강풍은 물론 빽빽한 소나무숲과 송진이 연료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번에 숲가꾸기 예정지는 아래쪽에 학생교육원과 우슬체육관이 있고 산책로로도 활용되는 곳이어서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또 벌채된 나무는 북평 임업창고로 옮겨져 톱밥이나 화단 조성 등 공익적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며 벌채된 곳에는 이후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심어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산림청의 지침대로만 실시되다 보니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사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일부에만 설치되고 사전에 주민설명회도 없다 보니 등산객이나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의 경우 나무가 베어진 영문을 몰라 몰래 벌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한 주민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또 숲가꾸기 사업임을 인지해도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어 산불 예방도 좋지만 왜 수십 년씩 오래되고 좋은 나무를 이렇게 많이 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해남군이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수십 만 그루 심는다고 하더니 다른 한쪽에서는 나무를 베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나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는 꼭 필요한 사업이고 지침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는 지나치게 벌채를 많이 하고 있고 오히려 산불 예방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 씨는 "최근 천연하종(어미나무에서 자연적으로 숲 바닥에 씨앗이 떨어져 나무가 되는 것)을 거쳐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소나무 아래서 자라고 있는 상황인데 무차별적인 간벌로 주변까지 파헤쳐 활엽수 숲으로의 자연스런 변화를 오히려 막고 있다"며 "특히 나무를 베는 지침은 있지만 그 자리에 활엽수를 언제 어떻게 심어야 하는 지침은 없어 결국 소나무만 베고 마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있는 토질인지, 벌채보다는 넝쿨 제거만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 다양한 조건이 검토돼야 하며 특히 인위적인 관리 대신 생태학적 방법을 찾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주민 등이 참여하는 의견수렴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은 최근 실시한 산림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의원들은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산불진화용 헬기의 현대화와 장비 보강 등이 보다 더 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온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도 "탈 것을 줄여서 산불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탄소흡수를 위해 숲가꾸기를 한다고 하니 자기모순이다"며 "오히려 폭우가 내리면 산에 물을 가두는 게 아니라 내보내는 사업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해남군은 올해 해남읍 40ha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107ha, 2021년에는 49ha에서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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