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

이번 달 15일 산지 쌀값은 20kg 5만2000원을 넘고 있다. 80kg으로 환산하여 1년 9개월 만에 20만원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산 쌀 생산량은 368만톤으로 예측했다. 올해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8만톤 감소한 것이나 신곡예상 수요량인 361톤보다는 6만톤 가량이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하여 현재 민간 재고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격리없이도 안정적인 수급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현재 쌀값은 과거 단순평균 방식이 아니라 유통량에 가중치를 적용한 평균인 비추정 평균 가격으로 공표하고 있다. 즉 쌀값 20만원이 현재 우리 지역 쌀값과 가장 유사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쌀값 20만원이 회복된 해남의 모습은 어떤가? 과연 쌀값 20만원에 맞는 나락값이 형성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훨씬 모자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우선 농민의 쌀을 가장 많이 매입하는 농협이 적자, 적자를 되뇌며 올해 벼 매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관망하고 수동적인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비RPC조합, 올해는 RPC조합이 실제 적자를 보았다.

하지만 그 적자의 원인이 과연 농민들의 벼를 비싼 가격에 사주었기 때문에 발생했을까? 아니다. 시장의 흐름과 국가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오래 원료곡을 가지고 있거나 너무 빨리 처분해 발생한 적자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해남지역 농협들이 원료곡인 벼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월등히 더 주고 매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올해 농협은 또 적자를 이야기하며 적극적인 벼 매입사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은 어떤가? 쌀값이 올라 좋기는 하지만 더 적극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쌀 20만원을 맞추겠다는 의미는 벼 40kg에 7만2000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남농민들은 6만원만 넘겨도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정부조차도 최소 생산비를 고려했을 때 7만원이 넘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워낙 저가 판매가 반복되다 보니 여전히 최저 생산비도 안 되는 금액에 안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남쌀을 소비자들에게 최종 전달하는 유통은 어떤가? 쌀 유통은 대개 유통밴더(판매인)를 통한다. 앞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역의 벼를 어떻게 생산해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한 전망을 각 주체들은 제시못하고 있다. 해남의 벼는 매년 관습처럼 심어지고 베어지고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남은 전국 최대 쌀 생산지역이다.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해남에서조차 쌀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큰 문제이다.

쌀은 여전히 농가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이고 아무리 규모화가 되었다고 한들 농사를 지으면 조금씩은 다 재배한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쌀 80kg 20만원이 유지되려면 해남의 쌀값은 7만원이 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시중도, 농협들도 그것보다는 더 싸게 가격을 매기려고 한다. 인근 지역과 비교해봐도 해남 벼 가격이 더 빨리 내려가고 더 더디게 올라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수확철이 끝나고 있다. 해남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 항상 나락값 얼마나 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올해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있다. 40kg 7만 2000원. 이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남 쌀 관련 모든 개인과 단체가 나서야 한다. 자체 역량이 부족하면 연대하자. 정부가 제시한 쌀값에 맞는 벼값을 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락값만 문제인가? 내년 무기질비료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농산물 가격과 빚을 내서라도 이제껏 지어온 농산물. 생산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더 참을 수 있는 농민은 별로 없다. 올해 나락값부터 문제다. 생산이 지속되는 가격이 과연 40㎏에 7만원일까? 농민들은 80㎏ 26만원을 요구한다. 그래야 견딜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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