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바닷속 생명 꿈틀거리는 '보고'
이달까지 어린이 특별전 '마이터틀'
해양 보존 중요성·생물 다양성 알려

▲25m 길이의 대왕고래 뼈는 인도네시아 한 마을에서 들여와 2전시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25m 길이의 대왕고래 뼈는 인도네시아 한 마을에서 들여와 2전시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땅끈해양자연사박물관 외부 모습.
▲땅끈해양자연사박물관 외부 모습.

우리나라에는 '해양'의 이름을 가진 자연사박물관이 두 곳에 있다. 하나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고 또 하나는 해남 송지에 자리 잡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땅끝에 해양자연사박물관이 들어서게 된 데는 4000여 종, 100만 점 이상의 해양자연사 실물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임양수 관장과 해남군의 의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곳 박물관에 전시된 1500여 종, 5만 점이 넘는 표본은 복사본이 아닌 실물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고 최대규모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외지에서 찾는 관람객은 땅끝에 최고 수준의 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다는 자체에 감탄한다.

인도네시아서 수집한 대왕고래

△실물표본 수집=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의 산파역인 임양수 관장은 완도 출신으로 완도수산고와 여수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 이등항해사로 원양어선을 탄 이후 14년간 선장을 하며 세계를 누볐다. 원양어선에는 생물도감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숱한 바다생물이 넘치는 걸 보고 이를 육지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처음에는 광주의 주택에 보관하다 쌓이면서 하남공단 인근에 넓을 터를 마련했다. 선후배 선장들의 도움으로 수집된 물량이 끝없이 늘어나게 됐다. 5대양을 다니는 원양어선에서 들여오는 해양생물을 인수하기 위해 아내가 부산항에 상주하기도 했다. 40년이 넘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을 수집하고 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생물은 자그만치 100만 점을 웃돈다. 전시되고 있는 길이 25m, 무게 3톤의 대왕고래 뼈는 25년 전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서 가져왔다. 현지 사람들이 이미 분해해버린 대왕고래 뼈를 일일이 모았으나 정작 국내로 반입이 어려웠다. 여러 자문을 거쳐 '화석 반입'으로 서류를 작성해 비로소 들여왔다. 임 관장은 수집된 해양생물을 직접 박제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전남대, 조선대, 여수수산대, 광주교대 등 생물학 교수들을 찾아다니면서 박제기술을 배웠다. 독일 유학을 한 친구에게도 빠짐없이 기술을 습득해 지금은 박제 전문가가 됐다.

군 소유 시설에 개인 소장 전시물

△땅끝 개관 배경과 운영=임 관장은 소장하고 있는 해양생물의 전시를 위해 고향인 완도에 박물관을 설립하려 했으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이런 차에 해남군에서 관심을 갖게 됐고, 박물관을 짓기 위해 송지 사구미해수욕장 인근의 통호분교 폐교 부지를 구입했다. 2002년 말 통호분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개관하게 됐다. 그곳에서 17년 가까이 박물관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넘쳐나는 표본을 전시할 공간 부족을 절감했고, 마침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박물관 전시물을 둘러보고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국·도비와 군비 등 98억 원을 들여 광어양식장이던 지금의 자리를 매립해 3층 규모의 건물을 짓고 2019년 5월 재개관했다.

현재 시설은 군 소유, 전시물은 개인 소유인 다소 어정쩡한 민간위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사용료와 전시물 임대료를 상계하는 방식이다. 박물관 수입은 관람료, 기념품 판매와 개인이 소장한 해양생물의 대외 임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관 당시 민간위탁 업무협약을 통해 5년마다 위탁업체를 선정하되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일정 전시물을 군에 기증하도록 하고 있다.

4개 전시관에 신비한 동물 가득

△전시관 구성 및 관람객=해양자연사박물관 입구의 거대한 이빨을 드러낸 백상아리 형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연면적 2500여 ㎡, 지상 3층 규모의 박물관에는 전시관과 영상관, 체험관, 수장고 등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복어동굴, 대왕문어·상어 포토존이 관광객을 맞는다. 4실로 구성된 전시관에는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육지생물 표본, 남극생물표본 등 1700여 종, 5만 점이 넘는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시작해(海)'의 제1전시관에서는 바다의 탄생을 시작으로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대표 화석을 만나볼 수 있다. 메갈로돈 이빨, 공룡알, 대형 암모나이트 화석 등과 함께 바다의 탄생을 상상해볼 수 있다. '대단해(海)'의 제2전시관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큰 25m 길이의 대왕고래 뼈가 전시되어 있다. 또 돌고래 종류와 밍크고래 태아, 큰돌고래 내부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표본들을 접해볼 수 있다. '다양해(海)'의 제3전시관은 해양디오라마관과 패류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바닷속의 생태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고래상어, 백상어, 대형가오리, 귀상어 돗돔, 바다뱀 등 실제 바닷속을 연출해놓았다. '소중해(海)'의 제4전시관에는 파충류와 바다 및 육지 포유동물관, 남극관이 있다. 지구촌 생태계의 최후 보루라고 여겨지는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 심해상어, 심해산호 등 신비로운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해양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다양한 특별전이 매년 두 차례 정도 열리고 있다. 올해 초 세계곤충특별전에 이어 지난달부터 두 달간 어린이 해양생태 특별전 '마이터틀'이 마련됐다. 특별전은 거북의 바다, 거북의 고민, 모두의 바다 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어해도(魚蟹圖)나 파피루스 특별전도 기획하고 있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외지인이다. 입소문을 타거나 SNS, 인터넷에서 관람 후기 등을 보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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