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명 (해남YMCA 사무총장)

시골 마을에 가보면 어느 곳이나 중심가에 마을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어렸을 때 회관에서 이장이 방송을 하면 어머니, 아버지는 TV를 끄고 귀를 세워 중요한 정보를 습득하셨다.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는 비슷한 방법으로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마을회관은 우리 몸의 모세혈관에 피가 공급되는 것처럼 행정의 공문서가 마지막으로 전달되는 곳이며, 이웃과 지역사회의 소식을 알려주는 종착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을회관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생겨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마을 내 공동시설의 하나이다. 마을회의 및 각종 공동 활동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장 작은 마을 단위의 공동시설인 것이다. 주민편의와 복리증진을 꾀하고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라 마을회관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을 공동시설로 개인적인 여가시간과 친목 등 공동의 일을 처리하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변화하였다. 마을회관은 어르신들이 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얻는 장소로써 이웃과 친구를 만나 소외감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유대감을 갖게 하는 작은 지역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마을회관은 이런 공동체시설 말고도 복지영역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로 냉·난방을 제공한다. 대체로 시골집들은 오래되고 낡아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기름값과 전기요금에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은 쉽게 보일러를 틀 수 없다. 최대한 버티다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런 현실에서 마을회관은 농한기 냉·난방비 걱정 없이 낮에 머물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회관이 에너지복지 영역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이 혼자 생활하는 시골 노인분들 특성상 식사를 해결한다는 건 여간 고약한 일이 아닐 것이다. 혼자 먹다 보니 끼니를 대충 때우고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회관에 어르신끼리 모여 공동식사를 진행한다. 각 가정에서 가지고 온 쌀을 모아 밥을 짓고, 간단한 밑반찬과 국가에서 일부 지원되는 재료비로 만들어진 요리 등으로 함께 모여 잘 갖춰진 식사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마을회관으로 마실 나오셔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지내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 주무신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노인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 케어 실현이다. 나고 자란 마을에서 평생을 같이한 사람들과 생활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보다 큰 행복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신다. 어려서부터 함께했던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지낸다. 진정한 커뮤니티 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을회관의 순기능을 지속가능하고, 더욱 질 높은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요양보호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파견되어야 한다. 요양보호사는 수급자 가정에 파견되어 약물 관리, 건강 모니터링, 상담·신체활동 지원 및 병원 동행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이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마을회관에 파견되면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여러 어르신을 쉽게 케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분리된 공간이 필요하다. 남자, 여자, 연령대별로 분리된 공간이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에 대한 애착과 동질감을 느껴 서로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간이 부족하다면 마을 빈집을 활용해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해보는 것을 제안해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