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절임배추'하면 해남이라는 단어가 따라오고, 해남 절임배추는 서리와 해풍을 맞고 자라 아삭하고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해남 절임배추에 대한 저가 이미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1주일 동안 전국 매장에서 해남 절임배추 20kg 한 상자를 2만9900원에 판매하는 사전예약 할인행사가 열렸다. 같은 기간 괴산 절임배추보다 6000원 싼 것이고, 평창 절임배추보다는 절반 가격에 판매된 셈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해 해남 절임배추를 주 품목으로 할인행사를 연 것인데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아무리 할인행사를 했다고는 하나 2만9000원대 가격이 맞는가 해서이다.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필요한 판촉행사라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배추를 납품받은 곳이 5개 업체이다 보니 700개가 넘는 다른 절임배추 농가의 경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도 전에 저가 이미지가 굳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남의 절임배추 상황은 어려움에 놓여있다. 김치 소비 부진에 1인 가구가 늘면서 김장을 하지 않고 사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 주민들의 경우 11월 초부터 김장을 시작하지만 해남 절임배추는 기후 특성상 이를 맞출 수 없어 강원도나 충북 괴산이 선점한 다음에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다른 지역과 달리 해남의 경우 절임배추 농가만 760여 농가에 달하고 소농도 많다 보니 상당수는 판매처를 놓고 경쟁하다 2만원대 후반이나 3만원대 초반에 물량을 '떨이 판매'하며 저가 출혈 문제를 낳고 있다. 해남군에서 지원받고 있는 박스를 그대로 사용해 해남 배추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해남 절임배추는 저가 배추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경우 절임배추협의회를 중심으로 제값 받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을 거울 삼아 해남도 절임배추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최소한 자체적으로 정한 하한선 밑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자정운동과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해남군이 균일하게 전체 농가에 박스 지원을 하기보다 과감하게 지원을 없애거나 협의회 가입 농가에 차등 지원을 하는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또 실질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되고 제값을 책정할 수 있도록 택배비 지원 등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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