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면 등 간척지 논 급속 확산
농가 "잦은 비·폭염 자연재해"
군 "병해충은 해당 안돼"난감

▲간척지 논에 확산하고 있는 깨씨무늬병. 벼잎에 깨씨를 뿌려놓은 것처럼 둥근 모양의 갈색 반점이 여기저기 발생해 있다. 
▲간척지 논에 확산하고 있는 깨씨무늬병. 벼잎에 깨씨를 뿌려놓은 것처럼 둥근 모양의 갈색 반점이 여기저기 발생해 있다. 
▲산이면 간척지 논에서 깨씨무늬병이 확산해 수확을 앞둔 황금 들녘은 온데간데 없고 갈색을 띠고 있다.
▲산이면 간척지 논에서 깨씨무늬병이 확산해 수확을 앞둔 황금 들녘은 온데간데 없고 갈색을 띠고 있다.

산이면 간척지에서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에서 1만2000평을 임대받아 벼농사를 짓고 있는 임사준(66) 씨.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황금색 물결로 넘쳐나야 할 논이 병해충 때문에 갈색으로 변하며 앞이 캄캄하다.

잎에 둥근 모양의 붉은 반점이 생기고 줄기에는 갈색 반점, 그리고 벼알도 갈색으로 변하는 깨씨무늬병이 확산한 것인데 벼알이 힘이 없어 탈곡 과정에서 이물질로 분류되는 데다 상품 가치가 없어 심할 경우 수확의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임 씨는 "20년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을 포기할 정도로 심한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임대료 700만원에 모판, 비료, 농약, 인건비 등을 합쳐 생산비가 최소 2500만원이 들어가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산이면 간척지 논을 중심으로 깨씨무늬병이 확산하면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논에서 70~80% 이상 피해를 봤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7월부터 9월까지 장마가 50일 넘게 지속됐고 폭염마저 이어져 비료 등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깨씨무늬병이 발병한 만큼 자연재해로 인정해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차례 더 많은 다섯 차례나 항공방제를 했음에도 대규모 병해충이 발생한 것은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라며 "임대료 감면이나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해남군과 영산강사업단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영산강사업단은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율이 30% 이상이고 농지 소재지 자치단체에서 농업피해조사대장을 발급할 경우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해남군은 자연재해에 병해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남군은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에는 '자연재해란 자연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로, 풍수해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조수, 대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병해충을 자연재해로 인정할 경우 모든 농작물에 대해 지원을 해줘야 하고 관리부실로 병해충이 발생했을 경우 자연재해로 악용하는 상황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수확철을 맞아 신속하게 피해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해남군은 전남도와 협의해 자연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영산강사업단 측도 자치단체에서 판단할 문제이며 전국적으로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병해충에 따른 자연재해 인정은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전남(영암, 나주, 고흥)에서 이삭도열병이 크게 확산했을 때와 지난해 전북(김제, 부안)에서 병해충 피해가 확산해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 피해를 입어 자연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해남군과 영산강사업단이 소극적인 입장만 보이지 말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신속하게 피해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서남해권에서도 깨씨무늬병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자치단체와의 공조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식량 주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나서서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관련법을 개정해 적극적으로 병해충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