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악취로 주거환경권 침해받는 농촌
② 악취 때문에 떠나는 농촌, 공동체 갈등 부른다
③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과 상생으로 답을 찾다
④ 악취 사업장 이전·폐쇄, 주민 우선하는 적극 행정
⑤ 지역소멸 앞당기는 악취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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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공무원이 악취 사업장에서 허용 기준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악취 포집에 나서고 있다.

악취 현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화산면 호동마을 인근 퇴비공장과 관련한 악취 문제는 주민들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예정으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화산에 있는 42개 마을은 퇴비공장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악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지난 2021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퇴비공장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악취 때문에 밭에서 일할 수 없을 정도이고 마을로 이사 온 사람들이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사 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대책위 김경영 위원장은 "해당 업체가 지난 2013년 자부담을 포함해 국비와 군비 4억 4000만원을 지원받아 퇴비공장 현대화사업을 하고도 악취가 줄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제대로 시설이 지어진 것인지 감사 청구를 통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계곡면 신평마을 주민들은 마을 인근 폐기물처리시설(퇴비공장)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오니를 주원료로 퇴비를 만들면서 냄새가 더 심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특히 부숙작업을 거쳐 완성된 퇴비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화물차가 마을 한복판을 지나가면서 악취 피해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우회 이동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반입 원료가 적절한지, 생산된 부숙토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지만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해남읍 남천리 야산에 읍 최대 규모로 한우 축사가 신축되고 있는 것도 현재 진행형이다. 축산업자 A 씨는 남천리 인근 야산 2만9218㎡(8853평) 부지에 소 700여 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축사 신축과 관련해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발행위를 신청해 인근 마을과의 원만한 협의를 하는 조건부 의결이 됐지만 이후 대화 시도 등이 전혀 없어 아직 개발행위허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추석을 전후로 마을 곳곳에 축사 신축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지역신문에 호소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온인마을 천은식 이장은 "농로 유실과 지하수 고갈, 악취 문제가 불가피하다"며 "주민들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을 위해 대형 축사 건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러 현안과 관련해 해남군은 악취 배출이 기준치 이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측은 악취 저감 시설을 계속 갖춰나가고 있고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남군의 적극 행정 기대

악취 문제와 관련한 기획보도가 이어지며 그동안 악취 문제에 골머리를 앓았던 해남군이 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시도를 보이며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해남군은 그동안 악취 민원이 제기될 때만 현장 확인에 나섰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월 1회 이상 상시 검사에 나서고 있다. 민원이 제기되지 않더라도 수시로 현장 확인과 단속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나주시 등 다른 자치단체처럼 당장 수십억 원을 들여 악취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일단 2억5000만원을 들여 상습 악취사업장에 고정식 악취측정기 7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을 편성한 상태이다. 이 역시 수시로 감시와 단속 활동에 나서고 주민들이 직접 악취 발생 현황을 눈으로 확인하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다.

이밖에 해남군 악취방지 및 저감 조례안도 새로 추진된다. 현재 세부 내용이 조율되고 있는 상태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절차를 마무리하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조례안에 따르면 '군수는 악취 배출시설에 대해 인허가 시 인근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사업자는 '주민 악취피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원 해소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악취대책민관대책협의체 구성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례에는 악취문제 해결을 위해 10명 이내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환경단체와 사회단체 회원, 악취 관련 전문가나 대학교수 등을 위원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의회는 악취방지 및 저감 대책에 관한 사항, 악취관리지역 지정 요청에 관한 사항 등을 다룰 예정이어서 앞으로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의 본격적인 논의와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촌공간 정비사업을 통한 악취 사업장 폐쇄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물론 해당 사업장의 동의, 이 과정에서 필요한 보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주민들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악취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화산 안정마을 주민협의 새 모델

행정기관의 변화된 시도와 함께 주민들이 직접 나서 축사 악취 문제 해결에 나선 곳이 있어 새로운 모델 제시와 함께 또 다른 대안 마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44가구 82명이 사는 화산면 안정마을은 2년 전 마을회관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마을 한복판에 있는 축사를 올해 말까지 이전 또는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마을은 대부분 축사가 문을 닫았지만 3곳이 남아있는 상태로 문제는 이들 축사가 마을회관 바로 뒤 또는 마을에서 200m 안팎에 위치해 주민들이 악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축사 악취 문제로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회관에서 함께 식사하고 어울릴 때 냄새가 나는 등 불편이 따르는 데다 미관도 좋지 않다며 축사 농가들에게 문제 해결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축사 농가들도 주민들의 마음을 받아들여 당시 올해 말까지 폐쇄와 이전을 약속했다.

올해 말 시한을 두달 여 앞둔 상황에서 두 농가는 대부분 소를 판 상태로 폐쇄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나머지 한 곳도 마을에서 700~800m 떨어진 곳에 수억 원을 들여 새 축사를 짓고 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과 불협화음이 빚어져 이전 계획을 번복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축사 농가들의 통 큰 결심에 고마워하며 축사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계속 협의하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자 화산면장(가운데)이 안정마을 농가를 방문해 축사 이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자 화산면장(가운데)이 안정마을 농가를 방문해 축사 이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산면도 지난 11일 안정마을을 방문해 해당 축사 농가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고마움을 표시한데 이어 이전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화산면은 해당 축사 농가를 지속적으로 만나 축사 없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계속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곳곳에서 악취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데다 지역사회가 이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은 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악취 문제는 농촌에서 지역소멸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나는 정감있는 냄새쯤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주거환경권과 행복권이 걸린 문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오히려 인구 유입이나 귀농귀촌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문제 해결없이 농촌다운 농촌이나 탄소중립 도시 같은 구호는 있으나 마나 한 외침에 불과하다.

해남군은 탄소중립 1번지를 내세우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1회용품 제로화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탄소 저감 실천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에듀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악취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과 주민 우선 행정이 해남군이 추진하는 탄소중립 1번지를 보다 앞당길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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