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남임
청년로컬문화크리에이터연구소

얼마 전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다 어느 순간 관심의 저편으로 지나간 것 같다.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무심하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다.

자연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일교차가 커지고 벼는 노랗게 익어간다. 길을 걷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항상 보았던 이 풍경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이 시간들이 언제까지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가을의 꽃이라 불리는 코스모스는 이제 봄에도 꽃을 피운다.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고 있다. 곧 우리에게 사계절이라는 단어가 어색한 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혹독한 여름을 겪었다. 매년 더 더워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편리함과 더 시원할 수 있는 방법만 찾을 뿐이다. 몇 해 전까지는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은 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날 수 없다고 할 정도이다. 특히 올여름은 더위와 함께 긴 장마가 겹쳐 더욱 힘들었던 여름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음에도 개개인이 분리배출을 잘하고 전기차를 타면 기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의 정보는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탄소중립'을 외친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쉬운 일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를 100을 배출하면 다시 100을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0이 되는 단순 계산문제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화석에너지이다. 탄소중립이 되려면 화석에너지를 안 쓰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야 '탄소중립'에 가까워질 것이다. 개개인의 활동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활동은 기업들이 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혹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천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인력, 제도가 마련되어야 함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2050년 이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 그리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질서를 바꾸는 행위이기에 매우 조심스럽지만 꼭 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강력한 제도와 규제가 필요하며 석탄발전소를 없애야 하고 이산화탄소(CO2)를 안 쓰는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항상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매우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유럽연합에서는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를,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탄소중립의 시대로 가면 다양한 산업정책과 일자리 정책도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 전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산업, 경제, 에너지까지 모든 방면에서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고 정책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탄소중립에 맞서지 못하면 기업과 나라까지 흔들리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봄에 꽃내음과 봄바람을 느끼고 여름에는 푸르름을,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멋진 산을 그리고 겨울에는 소복소복 내린 눈에 온통 하얀 세상인 계절들을 맞이하고 싶다면 우리의 삶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교육과 거버넌스 구축 및 녹색 일자리에 관심을 가져 지역의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비롯해 어느 정도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바뀌기 힘든 현실 속에 살지라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증거와 사례들을 찾고 나아가 우리가 새로운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대안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준비하는 해남으로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것들을 함께 고민해 자연의 순리가 당연하게 느끼며 살게 해야 한다. 관심으로부터 우리의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고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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